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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경 Nov 04. 2022

[독후감] 야생의 위로 - November

by 자경

   

 11월, November은 내가 태어난 달이다. <야생의 위로>의 저자 에마 미첼에 따르면, 11월은  “햇빛이 희미해져 모든 색채가 흐려지는”, 그런 쓸쓸한 달이다. 

 책 <야생의 위로>에 실린 November 챕터를 읽으면서 심신의 안정이 찾아왔다. 그러면서 나다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는 모닥불 asmr을 켜놓고 그 정다운 소리가 두 귀를 따스하게 만드는 동안 생각에 잠긴다. 

 11월에 태어난 나는 한동안 새로운 나로 진입했다고 느꼈던 것 같다. 밝고, 긍정적이고, 쾌활한 나로서 성장했다고 느꼈었다. 그런데 쓸쓸하고 아름다운 만추가 깊어질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내성적인 나도 괜찮지 않나?... 

 나는 왜 긍정적인 나로 도약하려고 했었을 까? 아마도 태양 같은 사람들의 힘, 에너지, 광채에 깊이 매혹되었기 때문이었으리라고 짐작한다. 


 “나는 숲속 공터를 에워싼 오솔길을 걷는다. 유럽들단풍나무 한그루, 이 나무는 앵초꽃보다 밝고 거의 레몬만큼 샛노랗다. 내가 서서 나무를 바라보는 동안 11월의 흐릿한 햇살이 단풍잎을 관통하며 자연의 색유리를 그 어떤 스테인드글라스보다도 환히 빛나게 한다. 매년 이맘 때면 태양과 북반구가 이루는 각도로 인해 태양광이 나무에 도달하기까지 대기를 통과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그래서 햇살은 황금빛에 가까워지고 작은 단풍잎들은 마치 불꽃처럼 번쩍인다. (54p)”     

 봄과 여름만큼 가을의 매력도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말이다. 


 그리고 쓸쓸하고 우울한 계절의 장점도 있다. 모든 계절들은 서로가 서로의 징후이기에, 미래를 예견하고 작은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것. 


 “음울한 계절이면 내가 찾아다니는 이런저런 사소한 광경이 있다. 미세한 식물학적 지표들, 결국에는 봄이 오고 말거라며 나를 안심시켜주는 기분 좋은 신호들이다. 지난달에 나타난 사양채와 갈퀴덩굴 새순처럼 이 꽃차례 배아도 그런 신호 중 하나다. 봄은 오고야 말 것이다. 밤은 짧아질 것이며 내 생각들도 다시금 밝아지고 가벼워지리라. (60-61p)”     

 요즘은 임보중인 강아지 토토와 가을산책을 자주 한다. 토토덕분에 냄새로 가을을 경험하기도 하고, 가을의 맑은 하늘에 눈을 씻고, 아름다운 낙엽이 포시락포시락거리는 소리들에 귀 기울이고, 가을에 어울리는 옷을 따뜻하게 챙겨입으면서, 가을과 더 하나가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나도 내가 좋아하는 책의 저자와 닮은 것 같아 혼자 좋아하고 있다. 강아지들은 가을을 즐기는 방법을 제대로 아는 것 같다. (털 색깔도 그렇고, 웃는 모습도 그렇고, 부지런한 총총 걸음도 그렇고) 

 아무튼 이 독후감의 결론은? ... 내가 태어난 계절 가을답게, 내가 타고난 내성적인 성정의 장점을 한껏 개화시키는 연말을 보내고 싶다. 책읽기에 깊이 잠기고, 생각과 서정 안에서 행복감을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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