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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경 Nov 08. 2022

[독후감] <명랑한 은둔자>읽기가 즐거웠던 이유

 독서가 사이에 캐럴라인 냅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신문기자로 시작하여 자유롭고 지성적인 에세이스트로 유명했다. 내가 <명랑한 은둔자>가 더 좋았던 이유는, 캐럴라인 냅의 반짝이는 지성이 좋았고, 홀딱 반했어서. 일상을 사유하는 번뜩이는 지성의 빛을 마주해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유독 좋아하는 챕터를 필사 해보고자 한다. 개인의 고독이 소중한 이유에 대해 표현하는 장면인데, 일상을 스케치하면서도 저자의 사유가 빛나서 좋다.      


 “내가 금요일 밤에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 찾는 레시피는 <뉴욕 타임스> 십자말풀이와 <호머사이드> 새 에피소드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개와 숲을 산책하는 일 위주로 돌아간다.

 또 나는 작지만 세심하게 키워온 사교생활을 즐기고 있다. 한 줌의 소중한 친구들이 있고, 사랑하는 언니가 있다. 그들의 존재와 지지는 내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조용한 삶은 공허한 삶과 다르다. 우선 순위와 사회적 가치에 관한 의문.

 나는 내 난장판을 다스리는 자이고, 내 텔레비전 리모콘의 왕이고, 중요한 일이건 엉뚱한 일이건 내 생활의 모든 세부 사항을 손수 쓰는 작가다.     

 내 경우,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고독과 고립의 경계선을 잘 유지하는 것이다.      

 그날 밤 부엌에서 켈로그 만찬을 준비하며 내 집의 단정함과 조용함을 즐길 때, 그 시간이 고마운 선물이자 일종의 승리로 느껴졌다. 나는 시리얼 그릇을 들고 거실로 가서 TV앞에 자리잡고 앉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정말로 명랑하게. 이게 내 집이야.”      

(너무 많은 분량을 필사하여 출판물의 저작권에 침해가 될까봐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정말 재밌고 좋았다. 자유로운 글쓰기 속에서도 방향성이 분명했고 사고의 깊이가 깊었던 점이 좋았다. 나는 충분한 고독을 누리고 있을까? 새로 쓴 단편소설에서 나는 독립해서 사는 여자의 일상을 그렸다. 소설속에서의 나는 혼자 살면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다. 가족들과 같이 사는 지금에의 행복도 있지만... 나는 아무래도, 자기 자신이고자 하는 여자들을 많이 동경하는 것 같다. 조용한 고독속에서는 누구라도 철학자가 된다. 많은 이들에게 그런 공간과 시간이 보장된다면 좋겠다. 그런 좋은 시간 속에서 인간성이 싹트는 것 같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보고, 삶을 생각하는 시간. 한 줌의 낭만을 손에 쥐어 보는 시간. 내 경우엔 그게 내 책상이다. 내 책상엔 책들이 잔뜩 쌓여 있고, 노트북과 핸드크림과 립밤, 그리고 먹다 남은 콘 후레이크와 홍차가 든 머그잔이 제 자리에 앉아 있다. 나는 이 풍경이 좋다. 내 마음에 안식을 준다. 내게 글을 쓸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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