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지 Nov 26. 2023

책을 읽으면 불안이 줄어든다

책으로 사는 삶

책으로 사는 삶#1.

생각의 길이가 늘어난다.


          썸을 탄다. 매일 연락을 주고받은 지는 벌써 한달이 되었고, 일주일이면 적어도 한두번은 만나서 밥을 먹는다. 그런데 사귀자는 말이 없다. 나를 좋아하긴 하나? 정식으로 만나고 싶긴 한 건가? 나를 가지고 노는 건가? 아, 모르겠다. 답답하고 화가 난다. 그리고 불안하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다. 그 사람의 표정이 어둡다. 찰나였지만 나에게 적대적인 시선을 보낸 것 같다. 생각할수록 그 눈빛에 담긴 건 적개심이 분명하다.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도대체 왜? 아, 모르겠다. 당황스럽고 억울하고 화가 난다. 그리고 불안하다.


          내 마음을 알지 못하면 타인의 마음만 계속 알고 싶다. 주어가 온통 타인이 되고, 선택의 갈림길에서도 누군가의 말을 기다린다. 그러니 불안이 커진다. 내 속을 들여다보지 않으니 스스로에게는 무척 관대해지지만, 계속해서 관찰만 하니 타인을 매섭게 판단하고 재단한다. 그러니 뭐든 성에 차지 않고, 오해로 인하여 상처가 쌓여 인간 전체에 대한 신뢰까지 무너진다.

          우리는 자주 생각한다고 착각한다. 그런데 사실은 생각한다는 기분에만 취해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허, 참. 진짜 웃겨? 허, 참. 수면 위로 떠오른 말들을 반복하며 감정을 곱씹는다. 생각을 이어가려면 계단을 차곡차곡 밟아 내려가야 하지만, 몇 계단 내려가지 않아 머리가 지끈거려 이내 아, 몰라!를 외치고 만다. 이렇게 멈추어서는 아무런 불안도 불편함도 해소할 수 없다. 눈을 질끈 감더라도 수면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생각이라면, 구체적인 단어로 엮인 문장 하나쯤은 낚아내야 하는 것이다.


          나를 알아가기 위해서는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다이버가 더 깊은 바다 속을 탐험하기 위해서 숨 참는 연습을 하는 것처럼,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려면 생각의 길이를 늘려야 한다. 내면의 세계는 언어 없이 피어난다. 그러나 생각은 언어로 쌓인다. 그러니까 생각이란, 내면을 이리저리 여행하며 포착한 것들을 언어로 지어내는 작업이다. 독서나 글쓰기처럼, 이 작업은 연속적으로 일어나야 하기에 생각의 길이가 짧으면 절대로 완성할 수가 없다. 어느 정도 길어지지 않고는 이어받기가 불가능하다. 매번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면 생각의 길이는 어떻게 늘릴 수 있는가! 매리언 울프는 <<다시, 책으로>>에서 인쇄물을 읽을 때 깊이 생각하는 능력이 활성화되고 디지털 매체를 읽을 때 훑어보기 능력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험으로 말하자면, 무엇을 읽는지 보다는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읽는지가 더 중요하다. 분초사회에서 극대화한 효율성으로 살고 있다. 완독이 목표라면 아무리 아름다운 문학 작품이라도 훑어보며 내용만 파악할 것이다. 독후활동이 필요한 이유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훈련이 꼭 필요 하다. 주기적으로 사색해야 하며, 그 시간이 길어지도록 연습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모든 분야처럼 혼자서는 훈련이 어려운데, 앞서 말한 것처럼 그저 멈춰서 생각한다는 분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독서를 통한 독후활동은 최고의 길잡이가 된다. 일단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외부 자극에서 벗어나 어떠한 세계 속으로 빠져드는 연습을 할 수 있다. 특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쓴 책은 훑어 읽는 뇌를 활성하기에 더욱 적합하기 때문에, 깊은 사고 회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문장마다의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는 문학 작품을 선택 하는 편이 더 좋겠다. 읽고 쓰거나 의견을 말하는 모임에 참여할 때, 우리는 머릿속에 피어난 막연함을 문장으로 변환하여 표현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바로, 생각하는 훈련이다.


          질문만 하면 인공지능이 모든 자료를 제공하는 세상이다. 심지어 그림도 그리고 소설도 쓴다. 이제 멈춰 있는 무언가를 생성하는 역할은 인간이 맡을 수가 없다. 더욱 유능한 수단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제 인간의 역할은, 맥락을 형성하는 것이다. 멈춰진 것들을 이어 스토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바로 생각하는 것이다.

           데카르트는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우리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생각이고, 내가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생각은 나의 생각이기에, 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것은 나다. 그러니 마음의 불안을 지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가 주체성을 가지고 내 세상을 이끌어나가는 것이며, 이는 독서와 독후활동을 통해서 훈련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01. 태교는 단단해지는 과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