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책을 준비하며
북페어를 준비하며
오랜만에 책 박람회에 나간다. 일인 출판인은 오로지 컴퓨터와 소통하기 때문에, 대면을 앞두고 마음이 설렌다. 사실 설렘보단 두려움이 크다. 첫만남은 언제나 두려운 것인데, 부스에 앉아서 수많은 첫만남에 스스로를 노출시켜야 하고, 뿐만 아니라 처음 만난 그들에게 내가 만든 책을 권유까지 해야 한다니! 두려울 수밖에. 물론, 내가 만든 책은 세계 최고지만!(?!) 그들도 동의할지 두려워진다.
하지만, 이번 박람회는 다르다.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더 크다. 출판인 모임이 만들어졌고,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고, 박람회에 함께 나가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건 두려운데, 아는 사람을 만나는 건 이토록 즐거울 수가 없다. 신기한 일이다. 아무튼 그런저런 이유로, 신이 난 김에, 어떤 것들 것 준비할지 정리를 해보기로 했다. 부디 처음 나가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1. 테이블보
테이블보는 주는 곳도 있는데, 이번 #각양각책 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색이 있는 하얀 색을 선호한다. 책이 더 강조되기 때문. 또, 테이블 위만 덮는 것보다는 다리까지 가릴 수 있는 커다란 게 좋다. 지난번 북페어때는 없어서 그냥 없는대로 했는데, 어쩐지 더 복잡해보이더라.
이번에는 이걸 사보았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https://link.coupang.com/a/bq5ao2
(지난 리틀프레스페어 테이블 세팅)
2. 책 진열
테이블 위에 책이 어떻게 진열될지 이제는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내로라 출판사는 총 8종의 책을 출간했는데, 5종은 초단편 시리즈, 3종은 중단편 시리즈로 기획한 것이다. 그래서 모든 책의 표지가 드러나도록 눕혀서 진열하고, 양쪽으로 초단편 한 권과 중단편 한 권을 세워서 진열했다. 가운데에는 책 거치대보다는 조금 더 높이 책을 펼쳐서 보여줄 수 있는 책 진열대를 두었다. 우리 아빠가 직접 만든 우드 제품을 사용했지만, 쿠팡에서 찾을 수 있는 간단한 형태들도 멋스러워 보인다.
쿠팡에서 책거치대 혹은 책스탠드를 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3. 종이, 펜, 테이프, 매직, 양면테이프 등
하루 종일 부스를 지키다 보면 생각보다 공지할 것들이 생긴다. 인스타 주소라든지, 계좌번호라든지, 각 책이 얼마인지 등… 여분의 종이와 펜이 있으면 좋고, 어딘가에 붙일 수 있게 테이프도 있으면 더 좋다. 상위버전인 매직이나 네임펜, 양면테이프가 있으면 주변 부스 분들이 필요하실 때 빌려드리고 웃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
4. 담을거리!
첫 박람회 때 담아드릴 봉지를 준비하지 않아서 당황했었다. 물론, 대부분 한 권 이상 사지는 않으시고 가방에 넣어 가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래도 종이백이나 비닐봉지를 조금 준비하면 든든하다.
5. 명함 또는 홍보물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면, 기왕 드리는 거 우리 출판사 이름이라도 하나 새겨두면 좋다. 봉투를 받으신 분은 분명 그걸 들고 다닐 테니 홍보가 될 것이 아닌가!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파워 F, 준비성이 철저하지 못해서 인쇄를 맡길 만큼의 시간적 여유를 안배하지 못했다. 컬러인쇄를 하고 양면테이프로 대충 붙여서 준비했는데, 대충 그럴듯하게 완성이 되었다.
박람회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은 독자만이 아니다. 출판사, 작가, 번역가, 책방 사장님, 책 동아리 모임장님 등… 어떤 사람과 인연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명함을 미리 넉넉히 준비하면 민망할 일이 없다.
5. 카드 단말기
독립출판 페어이기 때문에 보통은 현금거래와 계좌이체를 생각하고 오신다. 그러나 카드가 된다고 하면 조금 더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게 사실이다. 우리는 수년 전 개인사업자 때부터 이지체크 카드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큰 문제 없이 박람회 때마다 쓰고 있다. 아주 작은 단말기이고, 휴대폰 어플을 다운받아서 사용하는 건데 편리하다. 2만 원 정도에 샀고, 너무 오래되어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동봉된 설명서대로 따라 했더니 카드사 정보를 끌어와 사용할 수 있게 되기까지 약 1주일 정도 걸린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준비하기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3월에는 제주 북페어도 있으니 사업자가 있다면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6. 툭, 치면 툭!
사실 우리 책을 인터넷에서 사면 박람회보다 더 저렴하다. 온라인 서점에서 1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고, 또 어렵지 않게 무료배송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박람회에서 10% 할인을 해주기도 애매하다. 그러면 금액이 애매해지고, 현금으로 내는 사람들도 있어서 동전거래까지 하면 정말 정신이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린 뭘 제공할 수 있겠는가?
바로 열쩡이다!
사실 책을 만든 당사자는 이 책이 세상에 나와야만 했던 이유를 수십 가지는 가지고 있다. 박람회는 내가 만든 이 책을 당신이 읽어야 한다고 독자를 설득하는 장이다. 수십만 권의 책들이 매년 파지가 되어가지만, 그러한 환경오염을 불사하고 이 책은 꼭 세상에 나와야만 했다고, 변명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니 누군가 우리가 파는 책에 막연한 관심을 보인다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툭, 치면 툭! 나오게.
7. 선주문
이번에는 명화집을 팔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아직 인쇄가 나오지 않았다. (사실 맡기지도 않음..) 부랴부랴 견본책을 제작해서 선주문을 받기로 했다. 예전에 제주 북페어에 가져간 책이 단 몇시간 만에 매진되어서 이렇게 한번 진행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흔쾌히 주문을 해주셨었다. (물론, 그때는 배송비를 아끼고자 쿠팡 주문을 도와드렸지만.) 인쇄 일정이 밀려서 실물 책을 가지고 나올 수 없다면, 굿즈와 함께 선주문을 받는 옵션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네이버폼을 만들어 두었다가 주문 받는 동시에 직접 입력해두면 잃어버릴 일이 없다.
8. 소소한 선물(?!)
짧으면 하루, 길면 사흘 동안 부스를 지키다 보면 주변 사람들을 알게 된다. 소소하게 도움을 받을 일도 생기고, 서로 책을 사주기도 한다. 이럴 때 소소하게 드릴 선물이 있으면 좋다. 굿즈를 판매하시는 분들은 스티커나 엽서, 책갈피 등을 선물로 주셨는데, 우리는 책만, 그것도 약간은 어둡고 무거운 고전 문학만 취급하는 탓에 보답할 게 없어 좀 그랬다. 예전에 책 표지 모양으로 명함을 만들어서 책갈피로 드렸는데, 그건 다들 좋아하셨던 거 같다. 그리고 영업비밀을 하나 노출하자면, 우리 출판사 대왕 대표님 홈메이드 쿠키를 항상 조금이라도 가지고 간다. 인사를 하면서 나눠드릴 수 있게.
9. 즐거운 박람회!
사실 행사라는 게 성행할 수도 있고 완전히 망할 수도 있다. 사람이 북적북적해서 정신없이 하루가 흘러갈 수도 있고, 반대로 멍만 때리다가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부스를 지키는 시간 동안 내가 즐겁게 보낼 방법을 생각해 가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조용히 지내다 오는 게 목표라면, 구매자 없음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도록 노트북과 일할 거리를, 그래도 사람을 많이 만나서 소통하는 게 목표라면 책을 구매하지 않을 사람이라도 흥미를 가질만한 이벤트 등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행사를 다니면서 선물 뽑기, 문장 뽑기, 인스타 팔로우 이벤트, 샘플 책 할인 이벤트 정도 본 것 같다.
10. 그래서 얼마나 가져가지?
정말 알 수가 없다. 하루 종일 한 권 팔았던 행사도 있고, 두 시간 만에 가지고 간 물량을 완판 한 경험도 있다. 우리는 9종을 각 10권씩 준비하고, 1권은 선주문을 받기로 했다. 집에까지 십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라서 부족하면 금방 가지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이나 창고가 멀다면 첫날 택시를 이용하여 넉넉하게 준비하고 남는 수량은 마지막 날 빼는 걸로 해도 될 것 같다.
시간이라는 건 그저 흘러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면에 차곡차곡 쌓인다. 불퉁하게 앉아있던 시간도, 함박웃음을 지어 보이는 시간도 그렇다. 이 사실을 매 순간 기억할 수만 있다면, 아무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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