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운영하는 방법에 관해서 강의를 한다. 사람을 만나고 가르치고 조언하다 보면 내가 모르는 부분까지도 사실은 내가 알고 있었구나 깨닫게 될 때가 있다. 알고 있었는데 활용하지 않고 있었구나 느껴질 땐 아주 약간 후회가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알고는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된다. 그래도 그냥 자리를 지킨 건 아니구나 위안을 삼게 된다.
피츠제럴드의 글쓰기에 관한 명언을 번역하고 있다.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한 그 작가이다. 그는 자신의 글쓰기라는 직업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워질 때가 있다고 한다. 나도 글쓰기가 가끔은 버거워 내심 기대했다. 그런데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가 아니라, 글쓰기 자체에 대한 회의가 들 때라고 말했다.
내로라 출판사에서 나온 작품 중에서 <어느 개 이야기>라는 마크 트웨인의 단편 소설이 있다. 출간되고 '북토큰 도서'에 선정이 되어 우리 책 중에서는 가장 많이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준비되지 않은 때에 '북토큰 도서 선정'은 오히려 우리 출판사에 독이 되었던 것 같다. 아니, 나에게 독이 되었다. 창고에 남은 부수는 떨어져 가는데 다음 쇄를 찍을 돈이 없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 속에 있어 생각을 제대로 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변명이겠지만 파일을 찾을 수가 없어서 급하게 인쇄용 파일을 새로 만들었다. 부랴부랴 돈을 빌렸고, 인쇄를 넘겼고, 책을 배포했다. 책은 제작하여 세상에 내보내는 순간, 내 통제권을 벗어나게 된다. 미숙하고 미흡한 생각과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도, 세상에 나가는 순간 그대로 박제되어 상상할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2쇄는 인쇄소에서 창고를 거쳐 세상으로 모두 나갔다. 여기저기에 잠들어 있다가 이제야 가끔 반품이 되어 돌아온다. 이제야 나는 처음으로 2쇄를 만나게 되었다. 어설픈 편집을, 오타를, 잘못 옮겨 적은 문단을.
나는 전방위적으로 적어도 평범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편이다. 피츠제럴드는 문학이 아름다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나만의 고통이라고 여겼던 것이 사실은 보편적인 고통임을 깨닫게 해 주어, 고립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나를 같은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과 하나로 묶어주기 때문이라고. 특별하지 않다, 는 말을 붙잡고 살아왔기 때문일까, 내 실수나 실패도 보편적인 수준일 거라 짐작해버리곤 한다.
책 만드는 일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워질 때가 있다. 내 의식 밖의 일을 마주하게 될 때가 그렇다. 의식하는 한 나는 보편적이고 평범하며, 가끔은 심지어 꽤나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무의식으로 해내는 일이 많고, 얼렁뚱땅 해 넘기는 일들은 대부분 그렇다. 생각이 깨어있어야 어떤 일이든 제대로 해낼 수가 있는데, 눈을 뜨고 있는 내내 생각까지 깨워두는 일이 내게는 너무 버겁다. 이런 부분의 나는 평균 이하다. 보편 미만의 사람이다.
그렇다면 나는 평균적으로 괜찮은 사람일까?
나라는 사람은 보편적으로 괜찮은 사람인가?
지금의 나는 글 속에 박제되어 세상으로 나가도 되는가?
나중에 후회해봐야 걷어들일 수도 없게 될 텐데.
사람을 만나 무언가를 가르친다. 그럴 땐 스스로에게 무한정으로 점수를 준다. 홀로 글을 쓴다. 자기 검열에 회의감이 이어지며 한없이 작아진다. 무엇이든 균형이 맞지 않는 이유는 미숙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아직 중도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나로 살아가는 일에 미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올린 지 한참 되었다.
출간을 앞두고 조금씩 생각을 정리해 세상에 내본다.
아무튼 나는 글을 옮기고 책을 만들어야만 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