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약한 우리도 통장을 지키며 북페어 누릴 수 있다!
― 마음 약한 우리도 북페어를 누릴 수 있다!
요즘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지역마다 책 축제가 활발하게 열리고 있어요. 일부러 멀리까지 가야 하는 특정 북페어를 추천하는 건 아니지만, 생활권에서 북페어가 열린다면 꼭 꼭 꼭 한 번쯤은 참여해 보시라고 적극추천하고 싶어요. 다른 행사와는 다른, 책이 중심이 되는 마켓 특유의 에너지가 있거든요. 그리고 제가 다양한 박람회를 다녀본 결과, 책을 파는 사람들은 다른 물건을 파는 사람들보다 호객/강매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그냥 제 얘기...! 호호)
“셀러랑 눈 마주치면 그냥 못 지나쳐요...”
“책 살 생각 없어서 괜히 민망할까 봐 안 가요...”
“판매자 분이 가만히 앉아계시는데, 안 살 수가 없어서 그냥 가까이 안 가요.”
이렇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저도 그랬어요!
근데 괜찮아요!
책 안 사도 괜찮아요!
그럼 지금부터,
돈 안 써도 북페어를 풍성하게 즐기는 방법,
알려드릴게요.
요즘 북페어 정보는 대부분 인스타그램에 다 모여 있어요. 행사 일정, 셀러 소개, 부스 구성, 프로그램 안내 등등. 공식 계정을 팔로우하고 피드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이번에 가보려고 하는 시흥 책모락은 인스타 계정 @bookmorak에 잘 정리되어 있더라고요.
어머나 세상에 포스터 너무 귀여워! 하고 보니까, 포스터 일러스트를 그린 작가님 계정이 언급되어 있고요, 디자인한 디자인 회사 계정까지 확인할 수 있어요. 그리고 보니까, 시흥시 소래빛도서관 북극서점이 공동 주최 주관이네요?! 북극서점도 들어가서 봅니다. 시흥에서 뿐만 아니라 인천 파주 등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계시는군요. 요렇게,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짝쿵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북페어에서는 다양한 강연, 전시, 사인회 같은 프로그램이 함께 열려요. 주최 측에서 작가를 초청하거나, 셀러들이 자체적으로 소규모 워크숍을 열기도 하죠. 이런 프로그램들, 대부분 무료입니다. 사전 예약만 하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고, 보통은 인스타 계정 프로필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신청란이 있습니다. 시흥 책모락에도 다양한 작가님들이 오시네요? 저는 금요일 오픈런으로 가려고 했는데, 마침 정말 정말 사고 싶었던 이수연 작가님의 <고릴라의 뒷모습> 원화전이 열리고 있어요! 이런 거 놓칠 수 없죠. 요거, 실화를 기반으로 한 그림책인데, 무척 가슴 아프지만 인간이라면(?) 우리가 괴롭히고 있는 대자연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꼭 사야 하는.... 앗! 이 포스팅은 책 안 사고 북페어 즐기기가 주제였죠! 호호... 아무튼!
5월 6일 날짜로 확인해보니 북토크 전시 공연은 이미 마감된 것들도 보이는데요. 야외 공간에서 진행하다 보니 스스로 햇볕을 막을 수 있고 앉을자리를 만들면 옆에 살짝 앉아서 들어도 된다고 적혀있네요! 게다가 텀블러를 가지고 가면 저렴한 (혹은 무료의) 커피도 이용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요런 거 준비물에 꼭 적어두세요!
저는 아기랑 갈 예정이라서 돗자리를 가지고 가볼까 싶어요. 도시락이랑 간식 살짝 들고 가서 아는 셀러 분들께도 인사 돌릴게요.
또 각기 다른 테마를 가진 오두막을 설치해서 체험 전시도 진행하고 있는 모양이에요. 요런 건 특별한 예약이 필요 없고 그냥 즐길 수 있는 것 같네요. 비싼 돈내고 갤러리 다닐 필요 없이 요렇게 책으로! 북페어 전시로! 다양한 행사로! 교양 챙기셔요~
내가 진짜 찐으로 사랑하는 인생책이 있다면 무조건 들고 가보세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실 거예요. 그 책의 작가가, 혹은 출판사가, 혹은 디자이너가, 셀러로 참여한다면 정말 무조건 들고 가셔서 사인받으시고요. 궁금했던 점이나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막 쏟아낼 수도 있어요! 그리고 뭔가 그 책과 결이 맞는 출판사인 거 같다 싶으면 보여주시고 비슷한 책을 추천받고 싶다고 물어보실 수도 있지요.
책 한 권을 만들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을 거치는지 혹시 아시나요? 판권지에 나와있는 이름 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을 수 있어요. 그러니 운이 좋으면, 그 책을 만드는데 일조한 사람을 만나게 되실 수도 있고요. (이런 경우에는 정말 끝나지 않는 덕후들의 책토크를 하게 되실 수도 있답니다!) 결이 비슷한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있다면 그 출판사의 셀러 분도 그 책의 덕후일 수도 있죠. 독서인구가 소멸직전인 지금, 책 덕후에게 책 덕후를 만나는 일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우리 덕후들은 알잖아요?
혹시 지금까지 책을 사기만 하고 그다지 읽지 못했나요? 그럼 지금, 참여 셀러 목록을 미리 확인하고, 집에 있는 책장과 비교해 보세요.
“어, 이 출판사 책 나도 있는데?”
“아, 이 책 산 지 오래됐는데 아직 안 읽었네...”
그렇다면 지금 읽으세요. 북페어 참가하기 전에 시작을 하세요! 그리고 짧게라도 대형서점에 서평을 남겨보세요. 서평 남기고 나면? 굳이 책 안 들고 가도 되는 거죠. 부스에 찾아가서 서평 남긴 사람이다 하고 말을 걸어 보세요. 이건 정말 개인적인 생각인데, 북페어 셀러를 한 명이라도 알아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거랑 없는 거랑 북페어 경험이 천지차이로 달라지는 거 같아요. 책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내향인이라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지만, 정말 따듯하고 다정합니다????? 호호. 책을 좋아해서 만들어 파는 사람에게, 만든 책을 읽고 서평을 썼다는 사람보다 더 반가운 만남은 없거든요.
부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신기하게도 출판사마다 고유의 색깔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보통은 대표자의 철학과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 있어요. 다양한 장르를 내는 출판사라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이 글을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글을 분명 좋아하실 테고, 언젠간 책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신 분일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책을 쓰게 된다면, 어떤 출판사와 함께하고 싶을까? 그런 상상을 하면서 둘러보셔요. 아마도 그냥 훑어보시는 것과 아주 다른 경험을 하시게 될 거예요.
북페어 인스타에 올라온 셀러 소개 피드를 보면, 셀러들이 운영하는 인스타 계정이 연결되어 있어요. 사전 정보 없이 수많은 책을 만나게 되는 것과 어느 정도 둘러본 뒤에 만나는 경험의 밀도가 완전히 달라요. 사실, 북페어 가서 책을 한 권도 사지 않는 건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이제 글의 주제에서 벗어났쮸...?), 어떤 부스를 먼저 보러 갈 것인지, 온라인 세상에서 편히 둘러보시고 결정해 보세요. 게다가! 인스타 팔로우 이벤트를 하는 부스도 많습니다. “인스타 친구예요” 한마디에 사탕이나 책갈피 같은 소소한 선물을 받을 수 있어요. 미리 팔로우해 두면 작은 기쁨이 따라올지도 몰라요.
셀러로 참여하며 놀란 점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책을 사자마자 완독하고 다시 오신다는 점이었어요. 오픈하자마자 책을 사서 북페어에 마련된 쉼터 공간에서 완독을 하시고,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이나 의문이 들었던 부분을 다시 와서 물어봐 주시더라고요.
사실 페어에서 책을 사면 안 읽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하면 책을 읽게 될 뿐만이 아니라 저자/번역가/편집자/출판사대표 등등 책을 만든 사람과 간이 북토 크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니! 정말 특별한 경험이 되실 거 같아요! 그리고 그냥 어쩌다가 사서 읽은 책 보다, 이 책과는 더 특별한 추억도 만들 수 있게 되지요. 북페어는 책을 사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고, 책을 이야기하고, 책을 사람과 연결하는 자리이기도 하니까요.
북페어는 꼭 책을 사야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책을 매개로 연결되는’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자리예요. 가볍게 둘러보러 간다는 마음으로, 하나쯤 꿀팁 챙겨 가셔서 풍성하고 따뜻한 책의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요. 그러면 우리 약속해요. 다들 북페어에 가서 책 딱 세 권 싹만 사기!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