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은 2014년 일본의 전 총무상인 마스다 히로야가 내놓은 일명 ‘마스다 보고서’에 처음 등장했다. 여성과 노인 비율로 일본 지방인구의 지속가능성을 분석, 30년 안에 일본 기초자치단체의 절반가량이 사라질 것으로 진단했다. 당시 인구문제로 인한 쇠락과 소멸의 공포를 다뤄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다.
6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2020년 대한민국은 사망자수가 출생자수를 초과하는 인구 자연감소(데드크로스) 단계에 진입했다. 인구수는 5182만 명으로 2019년 대비 2만 명 감소했고, 출생아수는 2년 전보다 3만 명 줄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15.7%며 2025년엔 이 비율이 20.3%에 달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이미 농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 인구는 2596만 명으로 비수도권 인구 2582만 명을 넘어섰다. 대한민국이 ‘서울공화국’이 돼가는 동안 수도권을 제외한 국토의 88%는 늙어가며 죽어가고 있다.
지방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방 소멸은 휴식처 등 단순히 기반시설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구 감소로 관공서와 금융기관·학교가 줄줄이 문을 닫고 공동체 시스템이 서서히 붕괴되면 국가의 미래는 없다.
올해 한국 금융연구원이 전망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저출산·고령화, 지방 공동화로 인해 2025년 1.57%, 2030년 0.97%로 하락한다. 2035년에는 0.71%로 낮아질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우선 수도권 과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돈이 모이는 곳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불변의 법칙이다. 농촌에 돈이 모이도록 지역별·작물별 면밀한 분석을 통해 그에 맞는 우수한 인재와 기업을 유치하고 이를 전담할 수 있는 조직을 육성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도 보다 혁신적이고 섬세하게 바뀔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이전을 주축으로 한 혁신도시와 행정수도 이전으로 인구 이동은 일부 있었으나 양질의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는 미미했다.
우리보다 먼저 지방 소멸 문제 해결에 나선 일본에선 일부 성공 사례들이 많다. ‘마을·사람·일자리 종합비전 전략’이 핵심이다. 일본 정부는 우선 농어촌마을에 작은 거점을 만들어 도시민들의 의료·복지·쇼핑·교통·교육 등의 문제를 해결했다. 중산간지역의 인구가 줄더라도 기초 생활서비스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거주자 이탈을 막았다. 일본 전역의 1000여 개 작은 거점 중 97%는 도시와 교통망이 연결됐고, 83%는 주변 마을과 교통망이 이어졌다.
또 일본 정부는 2009년 청년들을 농어촌에 대거 파견해 10년간 5530명이 1061개 지자체에서 창업 또는 취업할 수 있게 했다. 중요한 것은 이들 중 62%가 10년이 지난 후에도 파견지나 인근 마을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2024년까지 청년협력대원 인원을 8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일본은 긴 불황을 겪으며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 건 지역 내 강소기업을 키우고 일할 수 있는 인력이 ‘안정적으로 일하며 오래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드는 것이 해법임을 깨달았다. 대기업의 지방 이전은 불황이 찾아오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정책임을 여러 차례 경험한 탓이다.
지방 소멸은 다음 세대가 아니라 현세대에 닥친 문제다. 지금 당장, 행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