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성장서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슬로 Nov 05. 2022

인생의 재미

22.11.05

내 인생의 최대 재미는 소중한 사람을 좋은 곳 데려가고 맛있는 것 먹인 다음에 행복해하는 얼굴을 보는 것이다. 비록 운전은 못 해서 상대방이 운전을 해줘야 하지만...ㅎ 보통 어디 가서 뭘 할지는 내가 거의 다 동선을 짠다.


연애도 안 하고 친구도 잘 안 만나니 올해는 부쩍 엄마와 좋은 곳을 많이 다녔다. 아빠가 일을 쉬고부터는 아빠도 끼워 드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아빠가 할머니 댁을 들러야 하니까 편도 1시간 내, 1~2시간 안에 둘러보고 올 수 있는 곳이란 조건을 걸길래 "아, 있다마다요~" 하면서 출발했다.


오늘의 행선지는 용인자연휴양림. 에버랜드 근처에 있다. 여기가 캠핑 사이트로는 그렇게 인기가 좋아서 추첨을 해서 뽑는다는데, 우리는 캠핑할 생각은 없었고 적당히 걷다 왔다. 짚라인과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을 산을 오르며 계속 봤다.

아빠는 가재 있을 것처럼 생긴 도랑이라면서 도랑을 한참 살펴보고, 엄마는 고향에서 어릴적 온갖 풀을 뜯어먹던 이야기를 하던데 정겹고 좋았다. 우리 부모님은 당신들끼리 꼭 붙어 다니는 걸 다양한 표현으로 지칭하시는데 오늘은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 였다. (때로는 '한 쌍의 바퀴벌레' 가 되기도 한다.. ㅎ) 고목나무와 매미의 투샷을 잘 찍어드렸다.


산을 내려와서는 그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용인 유운커피를 갔다.

이 곳은 110년 된 고택을 카페로 만든 곳이다. 걸어서는 절대 올 수 없는 곳에 있으니 무조건 차로 가야 한다. 이 용인 구석에 있는 곳을 어떻게들 그리 잘 알고 오는지. 설탕 탄 아메리카노, 마론라테, 루이보스티에 이 집 시그니처인 아포가토 토스트를 먹었고 꽤나 비싸지만 나름 돈값은 했다.


돌아오는 길엔 할머니 댁 들러서 오랜만에 할머니도 뵙고 저녁도 차려 드리고 왔다.


조만간 부모님 차를 바꾸게 되면 지금 차는 내가 타라는데, 오늘 아무에게도 말은 안 했지만 운전이 갑자기 너무 하고 싶었다. 부모님이 즐거워 하시는 걸 보고 나도 덩달아 좋고, 요즘 고생하는 몇몇 친구들 얼굴도 떠오르면서 운전을 하게 되면 더 많은 곳을 함께 다닐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음 시간에는 이모와 외숙모가 함께 하는 강화 or 김포 오일장 나들이가 될 것 같다. 벌써 재밌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일 단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