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나아진게 이 정도라니, 그럼 과거엔 어땠단 말인가? 를 묻게 되는 요즘이다. 오늘 아침에 나는 너무 힘든데 힘드냐고 물어봐주는 사람도, 힘들다고 말할 사람도 딱히 없으니 가짜 인싸인 것 같다고 친구에게 말했다. 근데 그 마음을 안 건지 오늘 상사가 와서 내 힘듬에 대해 먼저 말해주었다.
'너 지쳐보여, 너무 경직되어있어 제발 relax하고 잠깐이라도 로그아웃 하고 돌아와'가 오늘의 결론이었고... 힘들게 하는 선행 지표가 무엇인지, 지금 내가 뭐가 문제고 어떻게 해야겠다를 보다 명확히 하면 좋겠다는 것이 덧붙여진 조언이었다. 그렇게 되면 곤두박질칠 때 너무 절벽으로 떨어지진 않는다고.
그냥.. 너 많이 힘들지? 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 나를 꿰뚫어보는 사람이 가만히 앉아 내가 힘들었던 부분을 하나 하나 짚으면서 나를 격려해주니, 뭐랄까 잔뜩 꼬여버린 마음이 어느새 잔잔한 여운과 함께 풀려나간 느낌이 들었다.
잘 보이려고, 증명하려고, 욕먹지 않으려고 너무 애쓰지 말라고, 조급해하지 말라는 조언도 들었다. 내가 맘속으로만 간직하고 있는 상사의 어록 중 "인정이란 맥주잔에 맥주 따르는 것과 같다. 거품으로만 채우면 안 되고 내용물이 제대로 차게 해서 거품이 알아서 넘치게 해야 한다." 라는 부분도 오버랩이 되었다. 사실 그 말을 들은 날 시편 23편의 '내 잔이 넘치나이다' 라는 부분이 바로 이해가 가긴 했었지..
1년에 몇번씩 오는 존재의 위기가 이제 빈도가 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오고 있을 때마다 나는 엄마와 우리 상사를 떠올린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엄마를 보냈다는 말이 있던데, 나는 여기에 우리 상사도 추가하고 싶다.
진심으로, 나를 해하는 말들은 가까이 하지 말라는 충고를 생각해보며... 빨리 성장해서 챙기고 키운 보람을 느끼게 해 드려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또한 조급함이니 잠시 거두는게 맞겠지.
아무튼 잊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틀어져 있던 것들, 다시 바로잡아보자고. 그리고 한번 끊고 다시 시작하자고. 오늘은 일찍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