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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영 Jun 0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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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독일 - 함부르크(2)




Dialog im dunkeln. 어둠속의 대화. 

함부르크에 위치한 전시관 이름이다. 가이드의 독일어 안내와 시각장애인 용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로 90분 동안 어둠속을 헤매야 한다. 빛을 낼 수 있는 모든 기계장치의 반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심지어 안경도 빼고 가라고 한다.(안경을 빼는 이유는 혹시나 안경을 잃어버리면 찾을 수가 없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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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에 입장하고 5분도 채 안되어 괜히 머리 위로 손을 휘저었다. 왠지 천장이 내 머리 바로 위에 있을 것 같다. 분명히 안전하게 만들어 놓았을 텐데, 작은 효과음 하나에 온갖 상상력이 붙어서 온몸이 긴장하게 되고 내가 지금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헷갈릴 정도의 어둠은 사람을 과도하게 움츠리게 만들었다. 


 오르막, 내리막, 계단, 흔들리는 다리를 지나고, 과일을 파는 시장에서 과일을 만지기도 하고, 꿀렁이는 보트를 타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도 한다. 당연히 실제로 보트가 움직인 건 아니었겠지만 출발과 동시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나도 모르게 상황에 몰입해버렸다. 새로운 지형이 나올 때 마다 같이 움직이는 일행들이 내 이름을 부르며 영어로 설명을 해주었는데 그 설명 아니었으면 훨씬 어려웠을 것 같다. 어찌나 실감나게 만들었는지 한 독일인 여학생이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네 기분 나도 알 것 같아."

친구나 후배의 상담을 들어줄 때 종종 사용하는 말인데, 이 말은 사실 굉장히 조심해서 써야하는 말이다. 연애를 해보기 전까지는 연애상담을 참 잘 했고, 시험을 심하게 망해보기 전까지는 '시험 망치면 뭐 어떠냐'는 말을 참 쉽게도 했다. '겪어보지 않았지만 알 것 같다'는 말은 그만큼 너를 위로하고 싶다는 뜻을 가진 착한 거짓말 정도로 생각해면 되는게 아닐까.


타인의 아픔을 공감한다는 건 정말,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다. 


- 함부르크 전시관 Dialog im dunkeln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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