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을 위한 정보디자인 이야기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사용 가능자 우대
디자이너를 뽑는 구인 공고문을 발췌한 게 아니다. 기획자, 마케터, 저널리스트, 에디터를 뽑는 구인 공고에 있던 항목 중 하나다. 이상하다. 왜 디자이너가 아닌 직종을 뽑는데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스킬을 요구할까?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에 줄글 대신 이미지나 도해 표현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무료이미지 사이트, 비주얼 씽킹, 인포그래픽, 픽토그램, 타이포그래피 등의 디자인 관련 자료는 페이스북에서 인기 콘텐츠이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리는 홍보 자료에도 이미지를 첨부하면 도달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 같은 기사라도 커버 이미지가 있는 기사가 더 잘 팔린다.
왜그럴까?
지금은 정보화 시대가 아닌, 정보 폭발의 시대이다. 사람들은 점점 더 단순한 정보를 선호하고 적은 시간을 투자해서 좋은 정보를 얻기 원한다. 또 읽어야 할 정보가 많으니 꼼꼼히 읽기보다는 대충 훑어보는 데 익숙해져 버렸다.
더군다나 디지털 상에서는 콘텐츠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손가락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떠날 수 있다. 그 때문에 내 자료가, 나의 메시지가 다른 사람에게 간택 당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매력적인 이미지와 도해표현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만 한다(여기서 사람들이란 사용자, 소비자, 클라이언트 직장 상사 등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
안타깝지만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 잠시만 시점을 지금 글을 읽고 있는 '나'로 옮겨보자.
혹시 매일 폰트를 선택하고 이미지를 자르거나 적절한 이미지를 검색하고 있는가? 또 차트, 표, 다이어그램을 그리고 있지 않는가? 파워포인트, 엑셀, 워드, 한글이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당신은 그것들을 멋지게 혹은 심플하게 그리고 예쁘게 꾸미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있거나 강요받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당신의 행동을 가리켜 바로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은 매일같이 정보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딱히 그런 행동을 디자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을 뿐이지 어떤 폰트를 사용할지 고민하고 어울리는 색상을 선택하고 또 차트와 표를 아름답게 매만지고 다이어그램을 통해 정보를 도해화하는 등의 행동과 의사결정이 바로 '디자인'이다.
정보디자인은 예술이 아니다.(물론 디자이너의 분류에 따라 예술 편향, 기능 편향 정도는 모두 다르다) 정보디자인은 더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시각 도구를 만드는 행위이다. 대부분의(디자이너가 아닌) 학생, 직장인들이 정보디자인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언어를 배울 때 문법을 배우는 것처럼 디자인도 문법이 있는데 그 문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둘째, 앞에 언급했던 것처럼 본인이 '디자인'을 하고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셋째, 정보디자인은 우리가 수학이나 영어를 공부하는 것처럼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것인데, '디자인'을 예술처럼 타고난, 특출난 재능이라고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디자인의 분류에 따라 예술 편향, 기능 편향 정도가 다르다)
백종원
2015년 하반기내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백선생, 백주부, 백종원이 생각난다. 백종원은 마리텔에서 일류 셰프들이나 만들 수 있을법한 레시피를 선보이는 대신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만들어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우리에게 알려줬다.
그가 셰프가 아닌 사업가였기 때문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백종원은 요리 덕후이고, 요리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웬만한 셰프보다 요리를 잘하면 잘했지 결코 못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백종원이 일반인을 위한 요리법을 선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시청자의 99퍼센트는 요리사가 아니고, 우리 모두 일상생활 속에서 요리를 하고있기 때문이다. 백 주부의 핵심 메시지는 "요리는 레시피를 배우면 당신도 따라 할 수 있다." 였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전국에 있는 요리 고자 요리를 잘 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참고로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나다.
맛있는 정보디자인 레시피
백주부 이야기에서 '요리'대신 '디자인'을 넣어보자. 우리 모두 일상생활 속에서 '디자인'을 하고 있고 또 해야만 한다. '디자인'은 레시피를 배우면 당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사람의 99퍼센트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좀 길게 풀어놨지만 이것이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며 연재의 목적이 될 것이다.
일반인을 위한 정보디자인 레시피가 널리 널리 퍼져서 많은 사람이 일상생활 속에서 정보디자인을 잘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프롤로그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