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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자왕 Sep 11. 2022

내맡기는 용기 1

사순시기를 준비하며_절박한 회개의 요청



피정을 마치면서 그동안 얼마나 불필요한 것들로 나를 채우며 살아왔는지를 돌아봤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제 안에 또다시 수많은 불필요한 것들이 가득함을 발견합니다.

내 삶에 진정으로 필요한 단 한 가지인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그분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잊은 것입니다.


예수님을 알고 만나는 것은 책이나 지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길을 떠나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그분은 길 위에 계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실로암에 있던 탑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은 그 열여덟 사람,

너희는 그들이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큰 잘못을 하였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우리가 어느 때보다 죽음과 종말이라는 실재에 가까이 와 있다는 것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를 헛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리고 구원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도요.




아이들을 재우고 오랜만에 책을 폈습니다.

괜한 마음에 또 시작은 '신앙 서적'부터 해보자 하지요.

가장 얇아 보이고, '내맡기는 용기'라는 말이 지금 나에게 너무 필요한 것이라 궁금했습니다.


"지금 이 불안들을 내맡기는 용기, 과연 가능할까?"


10년 후 은퇴를 꿈꾸고 있습니다.

보유한 재산이 충분하여 새롭게 벌지 않아도 되는 어떤 연예인 부부처럼, 10년 후 우리가 가진 자산들을 모아 훨훨 새처럼 살아보자고.


60년 정년까지 꽉 채워서 일을 해야만 할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가족들과의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보고 나니 조금이라도 젊을 때에 그런 여유를 다시 찾으며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일명 "파이어족"이라고 하는 이 삶의 행태는 "돈이 충분히 있어 아쉬울 것이 없는 상태"를 꿈꾸는 것이라는 걸요.


아쉬움이 없다는 건, 사실 하느님이 필요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아침에 여유롭게 수영을 하고 간단한 브런치를 먹고 낮잠을 자고, 책을 일고 남편과 산책을 하고 아이들과 같이 공부를 하는 그런 삶.


너무 행복할 것 같지만 과연 그 삶이 신앙인의 삶인가. 하는 물음표가 항상 있었습니다.


그 때, 이 책을 짚어 들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마태 24,36-42 중)


하느님이 주신 재물을 청지기마냥 잠시 가지고 있던 나에게 주인이 나타나 "나의 재물을 어떻게 운용하였느냐"라고 내가 깨어 있지 않던 어느 날 물어보신다면?


'진정 그것이 너의 것이라고 생각했느냐?"라고 물어보신다면?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루카 13,5)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마르 1,15)


가족 모두가 낮잠을 자고, 모든 것이 풍족하여 만족감에 가득한 일요일 오후, 구원과 회개에 절박함을 가져야 한다는 경종을 올리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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