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소멸의 위기 (3)
과도한 섹스 장면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여태껏 불멸의 영화로 남아 있는 것은 일본 내 군국주의적 정서를 다룬 오시마 나기사식 표현 방법, 그 시각 때문이다. 1930년대는 일본이 만주사변에서 중일 전쟁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특히 1936년이라면 중일 전쟁 한 해 전이다. 나라는 온통 징병의 군홧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고 의회와 정치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군부 권력이 점차 모든 것을 압박하던 시기였다. 일부 지식인들은 오히려 군부 권력에 편승해 광기의 프로파간다를 일삼았다. 이들은 언론과 학계를 장악하고 자신들의 권력욕을 확산시킬 계획을 차근차근 실현시켜 나갔다. 군부 자체도 통제파와 황제파가 대립해 피의 권력다툼을 벌였다. 황제파 중 일부 청년 위관 조직이 일으킨, 일명 5·15 사건 역시 1936년 벌어진 일이었다. 이 쿠데타는 무위로 끝났지만 이미 일본 군부는 정규군인 육군과 별개로 관동군(만주군)이라는 거대한 군사조직의 검은 야심이 일본과 전 세계에 위협적인 존재가 돼 버린 상태였다.
-중앙일보 <역사적 과오 인정 인색한 일본, ‘뉘른베르크 재판’ 보고 배워라> 칼럼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