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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 마음에서) 다시 만난 카피 08

by 이유미

몇 해 전 그룹 ‘핑클’이 국내 이곳저곳을 돌며 캠핑하는 <캠핑클럽>이란 프로가 있었다. 나는 가수 이효리를 예전부터 좋아했기 때문에 그녀가 나오는 건 다 챙겨보는 편이라 그것도 빼놓지 않고 보았다. <캠핑클럽>에 나온 장면 중 캠핑카를 운전하는 이효리가 멤버 누군가에게 남편 이상순의 일화를 이야기한 게 이슈가 됐다. 그 내용인즉 이상순이 나무의자를 손수 만드는데 겉으로 보이지 않는 안쪽에 굉장히 신경을 써서 작업하기에 누가 본다고 거길 그렇게 정성스럽게 만지냐고 했더니 "내가 알잖아."라고 했다는 에피소드. 우리는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남이 어떻게 볼까에 대해선 엄청나게 예민하게 구느라 자신은 뒷전으로 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결국 내가 좋으면 됐지, 남이 알아주는 게 뭐 그리 중요해... 그런 얘기였다.


실제로 카페를 운영하는 저자가 쓴 <커피의 위로>라는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보이지 않는 곳의 먼지를 털어 내거나, 머그잔 속의 잘 지지 않는 얼룩을 닦아 내면서 마음속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만 아는 결백이 마음을 살찌우는 법이다.” (커피의 위로 47쪽)


집안일을 할 때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가 치워도 치워도 티가 안 난다는 거다. 그리고 세 식구가 사는데 청소는 나 혼자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마다 다 때려치우고 싶다. 평일 아침 아이를 깨워 간단히 아침을 먹이면 남편이 아침 수영을 가면서 아이를 학교까지 태워다 준다. 그러면 나는 소파에 잠시 누워 아침 뉴스를 챙겨보고 9시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에 있는 빨래를 처리한다. 세탁기가 다 돌아가면 무거워진 빨래를 낑낑거리며 꺼내 건조기에 넣고 건조된 빨래는 다시 꺼내 거실에서 갠다. 이런 일들을 얼추 마치면 남편이 수영장에서 돌아오고 같이 북카페로 출근한다. 이게 나의 모닝 루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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