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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마 Mar 28. 2024

1. 연애박사가 됐다, 누구 덕분에




✦ 내가 연애 박사라니....!


고작 최종학력 학사인 내가 연애로 박사학위를 따게 될 줄이야. 20대 초반, 연애나 사랑 따위 우습다며 냉소적으로 모든 커플의 연애 상담에 "헤어져!"라고 사자후를 토하던 나는 상상도 하지 못할 고스펙이었다.


그때는 그랬다. 사랑이 유치하고 감정싸움은 쓸데없고. 남자친구와 헤어진다면서 대학 기숙사 침대에 앉아 훌쩍이던 친구가 며칠 뒤에 데이트 인증숏을 인스타그램에 올릴 때면 속에서 화가 끓어올랐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라고 외치고 싶었다. 연애 경험도 적은 나에게 그럼 상담을 하지 말았어야지. 헤어지라는 말 외에 어떤 말을 듣고 싶었던 거야? 하고 따지기도 했다. 누구에게 사랑을 받지도 제대로 준 적도 없는 나에게 아수라백작처럼 수십 번 오락가락하는 친구들의 정신상태는 이해 불가의 영역이었다.


평생 그럴 줄 알았는데, 나에게도 사랑은 찾아왔다. 이미 친구들은 울고불고 나쁜 녀석, 착한 사람 다 만나본 20대 후반이었다. 남들은 장기 연애에 돌입하고 직장에 몰두할 시기였지만 대학 내내 글만 쓰고 연애엔 관심도 없던 나는 그제야 연애 첫걸음을 내디뎠다.




✦  어라...? 이것 봐라?


사랑... 연애...이건 뭐지? 새로운 탐구영역이었다.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지루했다. 연애에 갑을관계는 없다고 하지만 나는 갑의 연애로 스타트를 끊었다. 미성숙했던 나는 연애의 암묵적인 룰을 숙지하지 못한 상태였고, 의도치 않게 상대방을 을로 만들어버렸다.


연락을 자주 해달라던 애인의 말이 귀찮았고, 자주 보고 싶어 하는 그가 할 일 없는 따분한 사람으로 보였다.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나누고 싶어 했던 그와 애정을 받지도 주지도 못한 채 첫 연애를 마무리했다.


'남들은 보고 싶다고 울고 집 앞까지 달려가던데. 나는 왜 그런 감정이 안 생기지?'


친구관계에 있어선 늘 우등생에 속했던 나는 남녀의 1대1 독점관계(연애)란 생각보다 팽팽하고 섬세한 신경전을 요구한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이렇게 TV 드라마나 소설에서 말하는 '애끓는 사랑'을 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하고 죽는 게 아닌가 싶은 걱정이 들었다. (심지어 나는 소설작가인데...!)


하지만 이야기가 이렇게 끝난다면 연애 박사학위는 따지 못했겠지.




✦  Destiny...너는 내 마지막ㅅrㄹ5이야



(다음 이야기는 to be continued)








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글지마입니다. 브런치에 글을 하도 오랜만에 쓰다 보니 편집법도 까먹어서 글 쓰는데 애를 먹었네요. 사실 언젠가는 제 연애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는데, 최근 쓰는 신작 산문시 <사탕 껍질을 벗겨보니 내가 있었다>는 시의 형식이다 보니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못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선택한 장르지만)


신작을 준비하는 와중에도 아쉬움이 남는지라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브런치에서 제 20대의 연애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과거의 기억인지라 사실과 다를 수도, 저만의 시각에서 사건을 회상할 수 있다는 점만 알아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주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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