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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차 프리랜서입니다."
경력과 직종을 밝히고 나면 꼭 따라오는 질문들이 있다.
일은 어디서 구하세요?
프로젝트를 연결해 주는 대행사가 따로 있나요?
프리랜서면 아무래도 직장인보단 수입이 불안정하죠?
그들은 오랜 궁금증을 해결해 줄 사람을 기다렸다는 듯이 매번 비슷한 물음표를 쏟아낸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직종; 프리랜서. 주변에 많은 듯하지만 어째서인지 보이진 않는 환상의 동물 같은 부류랄까. 그들의 질문은 결국 한 가지 호기심으로 귀결됐다.
"그래서 프리랜서가 돈이 되나요?"
강의를 나가면 실례를 무릅쓰고 여쭤보고 싶다며, 가장 많이 들어오는 문의이기도 했다. 이에 대한 답변은 연차에 따라 다를 듯한데, 일단 나에 대해 밝혀두자면 영문학을 전공해 출판 편집 및 글쓰기 일을 하고 있다. 비전공자로서 작가 및 편집자로 살아가는 1년 차 프리랜서인 나에게 수입을 묻는다면 "0에 수렴합니다."라고 답할 성싶다.
3년 차 프리랜서가 된 나는 "수입이 있긴 하지만 안정적인 수준은 아니에요."라고 말할 것 같다. 사실 이 대답은 수입이 적어서 언제까지 프리랜서를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알바몬과 워크넷에 올라온 구인글을 자주 들여다봤었다. 그리고 대망의 7년 차가 되었다. 지금의 나는 "프리랜서 좋아요. 시간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돈을 벌고 싶을 때와 쉬고 싶을 때를 구분해서 일할 수 있거든요."라고 답할 것이다.
사실 이 말은 동문서답이다. 돈을 얼마나 버냐는 질문에 나는 경제적 조건보다 시간적 여유를 강조하고 있으니. 하지만 아마 프리랜서들은 공감할 텐데, 프리랜서의 강점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시간의 자율성이다. 그 가치를 떼어놓고 경제성만 논하기엔 측량의 기준이 아쉽달까. 그래도 현실적인 답변을 원하는 사람을 위해 적자면 "많이 벌 때는 직장인보다 많이, 못 벌 때는 직장인보다 적게" 벌고 있다. 한마디로 직장인만큼 번다는 뜻이다. (다만 시간의 자율성을 곁들인.)
프리랜서는 생존을 위해 자신의 쓸모를 평생 증명해야 하는 직업이다. 지금의 글 또한 프리랜서로서의 경험과 활동을 아카이빙하고, 프리랜서 희망자에게 도움을 주고자 쓰고 있다. 요즘 같은 고용불안 시대에, 직장을 관두고 전쟁터 같은 사회에 뛰어드는 건 어쩌면 사치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직업을 통해 자아실현을 이루고, 큰 두려움 없이 하고 싶은 것을 도전하는 용기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브런치 매거진을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