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말입니다. 나도 이게 궁금했던 시절이 있다.
도대체 글로 어떻게 돈을 벌지?
대학교를 졸업해 취준생이었던 시절. 글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대학내일 등 온갖 매거진에 기고하고 출판사에 투고를 돌렸다. 하지만 돌아오는 연락은 없고 좌절만 했던 나날. 18년도의 나는 '프리랜서란, 평생 일을 구하기 위해 연재처를 찾아 떠돌고 지원하고, 떨어지는 일에 익숙해져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대로 좌절할 순 없지. 넘어져 있는 건 성미에 안 맞았기에 나는 꾸준히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글을 써서 돈을 벌고자.
어떤 일이든 괜찮았다. 심지어 경력을 쌓을 수 있다면 무보수로 일했다. 한 번은 철거 예정인 건물에서 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했는데, 에어컨이 없던 곳인지라 1L짜리 얼음병을 얼려 가 끌여안고 글을 쓴 적도 있었다.
그렇게 몇 해를 보냈다. 포기하지 않고 (물론 중간중간 지쳤지만) 있으니 협업 제안 메일이 오기 시작했다. 18년, 기고에 떨어졌던 대학 내일에서 그다음 해에 연재 문의 메일을 받았다. 이후에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원고 청탁이 오기도 했고 지금은 독립서점에서 판매될 단편 소설을 집필 중이다. (마감 안 하고 브런치 쓰는 중)
프리랜서 경력 3년 미만 시절, 그땐 일을 찾아다녔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던 일은 아래와 같다.
1. 원고 투고 넣기 (매거진, 신문사, 지역 공모전 등)
2. 블로그에 글 연재하기 (누군가의 눈에 띄길 바라며)
3. 글쓰기 관련 소모임 진행
4. 책 추천 팟캐스트 진행
회사원에겐 '3년 차'의 고비가 있다고 했던가. 프리랜서가 무기력증을 느끼기엔 3년은 너무도 짧은 시간이다. 이제야 신입에서 벗어나, 제 몫의 일을 해낼 수 있는 상태와 비슷하다. (심지어 나는 비전공자라 적응기가 길었다.)
그래도 3년이 흘렀다. 어느덧 (귀여운 수준이지만) 경력이 쌓였다. 북페어를 나가면 내 책을 봤다는 독자님이 있고,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다며 알은체 해주기도 한다. N잡을 하느라 얕은 우물들만 헤집고 있는 줄 알았는데,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서 재미있는 일감이 주어졌다.
프리랜서 4-7년 차, 이제는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이었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관도 달라지게 되는데 최근에 했던 일들을 아래와 같다.
1. 도서관과 독립출판 수업 진행
2. 동네 서점과 글쓰기 독서/소모임
3. 국가 기관 및 취업 센터에서 수업/강의
4. 전국 북페어 참여 (서울국제도서전 등)
5. 대학교 교양수업 온라인 강의
6. 웹소설 계약
새로운 기관과 일을 할 때마다 여쭤본다.
저에게는 어떻게 연락 주셨어요?
아니, 정말 궁금해서 그래요.
마치 회사들이 설문지에서 '저희를 알게 된 경로는 무엇인가요?' 묻는 것처럼 나 또한 정보를 수집한다. 놀라운 점은 모두가 다른 플랫폼에서 나를 접했다는 것이다. 누구는 인스타그램 수업 홍보 광고에서, 누구는 블로그 글로, 누구는 책방 연계 강의에서, 누구는 북페어 부스에서 보았다고 답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해서 무엇하나 싶었던 활동들이 시간이 지나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결국 무엇 하나 허투루 할 일은 없다.
이렇게 귀한 인연으로 이어진 올해의 활동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 다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