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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영 Nov 18. 2019

취향노동자의 삶

'어떻게'와 '무엇을'의 이야기


나는 취향노동자로 산다. 매일 낮 취향을 수집하고 매일 밤 취향을 가공하는 작업을 한다. 내가 가진 취향이란 것이 타고난 천성이 질긴 생명력 없이 나고 자란 탓에 신경이 자주 쓰이는 묘목 같다. 취향을 만드는 일이 새삼 노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느끼는 요즘 피로감이 부산물처럼 밑둥에 엉겨 붙는다.


어딘가 맞춰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 손가락이 서늘하게 식어버린다. 가지치기를 하듯 양분들이 잘려나가면 나무는 이름을 잃은 채로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다.


대개 '어떻게'는 '무엇을'에서 뻗어 나온다. 가지로부터 시작한 나무는 없다. 그럼에도 취향노동을 하며 스스로 느끼기를 내가 '나'가 되는 순간은 취향을 단련하는 과정 안에 있다.


손가락 끝을 움직이면서 내가 여기 있음을 느끼는 것. 그 가느다란 끝으로부터 시작이 맺어짐을 느낀다. 내가 필요로 하는 '무엇'은 깊고 단단한 뿌리보다는 작고 영글어진 열매와 같음을.


보험 처리가 되지 않는 취향노동은 삶에 대한 보험 그 대가로써의 노동. 무엇이 좋을지, 무엇을 좋아해야 할지, 무엇으로 좋아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 오늘 저녁을 마무리할 맥주 한잔을 고민하는 것에 담긴 수십 가지 고민의 흔적들. 걱정이 아닌 고민을 하는 순간에서 어떻게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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