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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뫼 Mar 07. 2023

전업맘의 돈벌이 고민



아직도 고민하세요?

집에서 돈 버는 육아맘♥


‘○○○님이 회원님을 팔로우하기 시작했습니다’ 알림이 떠 새 팔로워의 계정이 들어가 보니 역시나다.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아이디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얼마 전 그런 팔로워들을 한차례 싹 다 삭제했는데 또 나에게 ‘집에서 놀면서 돈 벌라’고 말하는 저들은 대체 누구인가? 그들은 놀면서 하루 몇 분의 투자로 정말 그렇게 큰돈을 벌었을까? 대체 무엇을 했길래!!!(진심의 느낌표 세 개!)


나에게 돈을 벌라는 사람은 블로그에도 있다. 내가 블로그에 정성스럽게(?) 일기를 써놓으면 뜨문뜨문 댓글이 달리는데 그 댓글의 65%가 돈 벌라는 얘기다. 상품, 식당 등을 리뷰하고 수익을 창출하라고 날 꼬드긴다. ‘내 블로그가 그렇게 만만하냐?’ 따져 묻고 싶은 마음 반, ‘그럼 얼마 줄 수 있는데요?’ 답장하고 싶은 마음 반이다. 사실 놀면서 돈 벌라는 인스타 팔로워들을 정리하면서 그중 한 계정에 들어가 그 올린 피드를 유심히 본 적이 있다.


'나 돈 필요해요.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블로그로 수익을 창출하라는 이들에게 가끔 답장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호텔, 뷔페, 카페, 여행지 등에서 올린 일상 사진과 ‘회원님’이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주고받은 카톡 캡처 사진이 반반씩 섞여 있었다. ‘회원님’들과 나눈 카톡 내용을 보니 ‘정말 이렇게 입금될 줄 몰랐어요! 감사해요.’ ‘이런 돈을 만져보다니 정말 꿈만 같네요.’ 이런 내용들이다. 자신들이 뭔가 코치를 해 주면 초보자도 몇 천씩 벌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하, 그러면 안 되는데 무슨 일로 그렇게 돈을 벌 수 있는지 솔직히 아주 쪼-끔 궁금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 아닌데 지금 나, 그걸 왜 궁금해하니?


요즘 돈을 벌고 싶다는 것보다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긴 하다. 며칠 전 밤에 동네알바라는 어플을 깔아 봤다. 아이가 있으니 풀타임은 안 되고 파트타임 알바라도 하고 싶어 기웃거려 봤지만 동네에서, 파트타임으로 내 입맛에 맞는 알바 자리를 찾을 순 없었다. 배부른 소리겠지만 아직 식당 서빙이나 설거지 같은 일을 할 마음의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그저 마음 상태를 말하는 거다). 또 내 전공자들이 모이는 구인구직 카페에도 정말 정말 오랜만에 들어가 봤다. 1년 미만/아르바이트 게시판에서 내 자리가 없을까 찾아봤지만 그게 어디 쉽나. 일단 거리상의 문제 있었고, 1년 미만 계약직, 아르바이트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종일반에 맡기고 일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사람들과 원활한 조직생활을 위해 굳이 대화하고 싶은 않은 주제들로 말을 섞으며 근무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 그건 도저히 못 하겠다.


전업맘으로 만 5년을 보내왔는데 이런 생각들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맨 처음에는 아이가 8개월 때였다. 갑자기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직무수행계획서를 쓰고 NCS 문제집까지 풀며 준비를 했지만 탈락을 했다. 그 후로는 구체적으로 어디를 지원한 적은 없지만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주기적으로 들었다. 그러다 작년 가을 한 인터넷 서점의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기도 했었다. 결과는 또 탈락. 어차피 몇 개월 단기 아르바이트라 오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솔직히 조금 아쉬운 마음은 들었다. 큰돈은 아니지만 모아두면 정말 급할 때 쓸 수 있는 비상금 정도는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친구가 질문을 해왔다.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 뭔가를 살 때 마음이 불편하진 않으냐고. 주변에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친구 중에는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면서 나는 어떤지를 물었다(시비 터는 거 아니고 정말 순수한 물음이었다). 난 그런 마음이 든 적은 없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그런 마음이 드는 사람은 자기가 벌어서 써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일 거다. 단지 나는 내가 벌어 써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아니고, 내가 당장 돈을 벌지 않으면 생계가 막막한 상태가 아니며, 오랜 준비 기간을 통해 직업을 갖고 직장 생활을 했을 때 내가 삭을 대로 삭은 음식물 쓰레기봉투 속 그것처럼 느껴졌었고, 이왕 다시 일을 시작할 거면 돈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는 남편의 따뜻한(? 아, 따워라) 격려 덕분에 돈벌이를 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내가 갑작스레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할 때가 오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은 늘 한다. 정말 거의 매일 한다. 그런 상황이 왔을 때 너무 당황하지 않게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심정이랄까. 하지만 정말 그 상황에 놓이면 이런 마음의 준비가 별 효과가 없을 거라는 것을 안다. 그렇게 되면 내가 정말 발등에 불 떨어진 심정으로 ‘집에서 놀면서 돈 벌라’는 사람에게 “저,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보내는데요….”라고 먼저 말을 걸게 되지는 않을까. 그러고 앉아 있는 나를 상상해 본다. 무섭다.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새 팔로워도 얼른 지워야겠다.



/23.03.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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