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후 집에 잠깐 들렀다 단지로 다시 나왔다. 평소 거의 다니지 않은 길로 산책하듯 걸었다. 감나무가 있었구나, 영글기도 훨씬 전에 떨어진 초록색 아기 감들을 발견했다. 자연이는 온전하고 깨끗한 아기 감과 감꼭지를 몇 개 주웠다. 편의점에서 자연이 음료수를 사서 집으로 가는데 개미 한 마리에 눈에 들어왔다.
자기 몸보다 50배는 큰 마른 벌레를 옮기고 있었다. 전에 개미는 자기 몸무게의 30배 큰 것까지 들 수 있다는 얘기를 본 것 같은데 진짜였다. 조금 떨어져서 보면 까만 개미는 안 보이고 죽은 갈색 벌레만 이동하는 것 같아 보였다. “우리 개미 응원해 주자.”는 내 말에 오늘 유치원에서 미니 운동회를 한 자연이가 “개미 파이팅, 파이팅!” 했다.
뚝딱뚝딱 휘청거리며 걷는 것 같았지만 개미는 여섯 개의 다리로 정말 열심히 움직였다. 위로 오르다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나뭇잎을 이용해 다시 기어오르는 모습에서 역경을 헤쳐 나가려는 의지가 보일 정도였다. 나는 짓궂은 마음이 생겼다. 손가방에 들어 있던 과자를 부숴 개미 주변에 뿌려 보았다. 마른 벌레를 버리고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과자를 새로 집어 가지 않을까 하는 인간의 얄팍한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나도 예상외…. 아예 개미 위로 부스러기를 부어 봐도 개미는 자기가 물고 있는 먹이를 절대 놓지 않았다.
“엄마 이제 집에 가자.” 한 5m쯤 움직였을까. 저 큰 먹이를 끌고 가는 개미집의 입구는 과연 어디일까 너무 궁금해 계속 관찰하고 싶었지만 인간의 인내심은 금방 바닥이 났다. 아마 개미는 우리가 관찰한 거리의 몇 배를 더 이동했을지도 모른다. ”개미 진짜 힘들겠다.” 자연이는 모구모구 복숭아맛 음료수 병에 입술을 넣고 오물거리며 말했다. 푸하하하! 시원하고 달콤한 젤리 음료수를 넘기며 생존이 걸린 먹이 활동을 하는 작은 개미에게 나름 공감하려는 자연이의 말에는 영혼이 느껴지지 않았다.
/24.06.14.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