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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sol Jang Aug 24. 2020

왜 살아가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위해 살죠?> 북 리뷰

박진영 <무엇을 위해 살죠?>


  어느 날 갑자기 친구가 카카오 선물하기를 보냈다. 내 생일도, 어떤 날도 아닌데 갑작스러운 선물이라 당황한 마음 반, 기대 반으로 선물하기 링크를 클릭했다. 정말 뜬금없는 박진영 책이었다. 얼마 전에 그 친구에게 책을 선물했던 터라, 보답의 의미로 준 선물 같았다. 그래서 왜 이 책을 선물했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내가 책을 선물할 때 마음처럼 이 책이 본인에게 좋은 의미로 다가왔고,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선물했을 거라고 믿었다. 


  마침 다른 친구의 부탁으로 제주도에 갈 일이 생겼고, 2박 3일의 일정 동안 시간이 나면 읽어볼 요량으로 이 책을 들고 갔다. 금요일에 일을 마치고, 토요일 낮에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카페나 해수욕장의 햇볕 아래서 이어 읽었고, 일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 책을 다 읽었다. 꽤 오랜만에 후루룩 읽어 내려간 책이었고, 책을 다 읽고 내가 한 첫 번째 행동은 가방에 있던 전자 담배를 휴지통에 버리는 일이었다. 그 이유는.. 아래 요약과 감상을 통해 전한다.


책 요약

  박진영의 에세이다. 정확히는 본인이 크리스천이 된 배경과, 크리스천으로 깨달은 내용, 그리고 그 깨달은 내용을 실천하기 위해 정한 원칙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의 제목인 <무엇을 위해 살죠?>에 대한 답이 나와있다. 스포 하자면, 박진영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믿어짐으로써" 천국에 갈 수 있게 돕는 것이 살아가는 이유라고 말한다. 그리고 책을 쓴 이유도 그가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믿어지게 됨으로써 변화된 그의 삶의 모습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걸 통해 더 많은 사람을 천국에 보내는 것이 그의 버킷리스트이다. 


책 감상


나는 왜 살아가는가?

 이 책을 보며, 나도 다시 "왜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돌이켜 보게 되었다. 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1, 2학년, 군대를 거치면서 이 질문에 답을 찾고자 노력했다. 나는 종교보다는 철학자들의 생각에 많은 공감을 얻었는데, 그중에서도 실존주의 철학가인 장 폴 사르트르의 말을 가슴에 얹고 살아온 것 같다. 사르트르의 말을 빌어쓰면, 인간은 사물과는 달리 어떤 목적없이 세상에 내던져진다. 굉장히 허무한 출생이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이유 덕분에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다. 즉, 인간은 본인의 의지로 세상에 몸을 던져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난 이 말이 너무 멋있고, 또 굉장히 큰 울림이 있다고 믿었다. 내 존재 가치를 세상에 증명하고 싶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었고, 그런 꿈을 꾸며 창업을 했다. 창업 이후에 합류한 스타트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세상에 몸을 던져야 했다. 던지는 것만큼, 존재의 의미가 더욱 커질 거라 생각했다. 내 역량을 올리거나 난이도를 낮출 생각을 하지 않고, 자꾸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갈아 넣었다. 이게 여러 번 반복되니 번아웃이 오고, 번아웃이 여러 번 오니 어느 순간 몸을 사리게 되었다. 


  현재의 내 자리에는 적당히 일하고,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는 존재가 있다. 도전이 겁나고, 상처 입을까 봐 주춤하는 겁쟁이만 남아있다. 박진영은 미국에서 실패하고 이혼까지 한 후에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그렇게 성경공부를 시작했고, 본인이 믿을 수 있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예루살렘을 다녀오고, 목사들과 다른 신도들과 끊임없이 토론을 했다. 그래서 그는 너무나 확실한 답을 찾았고, 행복을 얻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정말 큰 영감이 되었고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믿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그가 "왜" 살아가는지에 대해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너무나 명확한 답을 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나도 나의 이유를 찾고 싶다. 멋있어 보이고 쿨해 보이는 문장이 아니라, 내가 너무나도 확실하게 믿는 삶의 이유를 찾고 싶다. 그 이유를 찾으며 다시,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런 의지의 표현으로 책을 다 읽자마자 전자담배를 버렸다. 집에 와서는 연초도 쓰레기통에 버렸다. 어려운 것들을 하나하나 해나가며 내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싶다. 


이유가 있는 삶의 원칙

  책 말미에 JYP ways가 실려있다. 박진영이 건강/음악/사업을 잘하기 위해서 본인이 지키고 있는 원칙들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읽으면서도 이 정도까지 해야 되나 싶을 정도의 본인만의 원칙이 있다. (e.g. 소금은 히말라야 암염처럼 세상이 오염되기 전에 굳어진 암염을 먹는다.) 근데, 이 원칙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들은 그가 살아가는 이유와 연결이 되어 있다. 


  경지에 오른 사람은 다 비슷한 것 같다. 레이달 리오도, 하워드 막스도, 손정의도, 박진영도 그들만의 원칙이 있다. 그리고 그 원칙에는 항상 그들이 살아가는 이유와 연결이 되어 있고, 너무나 명확하게 설명이 된다. 논리적인 일관성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그런 원칙을 꼭 지킬 수밖에 없고, 그렇게 그들의 삶에 녹아져 있다. 


  나에게도 몇 가지 내가 살아가며 지키고자 하는 원칙/루틴들이 있다. 그 이유는 항상 있지만, 명확하지 않은 경우들이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매주 6회 이상의 운동을 한다. 그 이유는 육체와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근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이유가 뚜렷하진 않다. 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 때문도 아니고, 어딘가 몸이 안 좋기 때문도 아니다. 습관이 되었지만, 큰 이유는 없다. 그래서 가끔 안 해야 될 이유를 쉽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나도 박진영처럼 내 삶의 의미를 찾고,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내가 존재하는 의미를 강하게 만들거나, 오래 지속시킬 삶의 원칙을 하나하나 정리해나가고 싶다. 현재 좋은 습관으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운동/독서/글쓰기 등에 꼭 해야 하는 의미를 찾고 아무런 의심 없이 믿고 싶다. 아무런 의심이 없는 단계가 되면, 어느 순간 체화가 되고 자연스럽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될 거라 믿는다. 

 


  거의 두 달 만에 포스트 하는 글이다. 다른 글들은 끝까지 작성하지 못한 채로 클라우드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다. 근데 이 글은 그렇게 둘 수가 없었다. 오늘 아니면 이렇게 다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받은 영감에 대한 답례를 꼭 해야 했다. 이 책을 선물한 친구에게, 그리고 이 책을 쓴 박진영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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