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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sol Jang Jan 17. 2021

내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북리뷰

  명상은 초등학교 때 다니던 해동검도 도장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관장님은 매번 수업 마지막에 원생들을 일렬로 앉혀 명상을 시키곤 했다. 어린 시절이었기에 가만히 호흡에만 집중하기 어려웠고, 빨리 이 시간이 끝나서 친구들과 축구할 생각만 하곤 했다. 그러면 정말 신기하게도, 관장님이 호흡에 집중하라며 대나무 회초리로 정수리를 살짝 내리쳤다. 깜짝 놀란 것도 잠시, 다시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고요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 호흡과 내 몸의 떨림과 주변의 소리들이 정말 또렷이 들렸다.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앤디 퍼디컴의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를 읽고 나니, 내가 헤드스페이스를 처음 경험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앤디 퍼디컴의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지난 글(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나만의 루틴 4가지)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명상과 루틴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최근엔 자주 명상을 하진 못했다. 그러다가 팀에 새로운 웹 개발자분이 합류하셨는데, 첫 팀 런치 때 취미가 명상과 달리기라는 말을 듣고 속으로 반가워했던 기억이 있다. 명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같이 기년회를 하게 되었고, 그때 앤디 퍼디컴의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라는 책을 추천받게 되었다. 어렸을 적에 미리 명상을 경험했던 탓인지, 명상에 대해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별로 하진 못했다. 그냥 가이드해주는 앱이나 명상 음악을 켜고 혼자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꾸준히 명상을 하고, 또 명상의 효과에 대해서 나보다도 더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을 보니 한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요약

 앤디 퍼디컴은 어렸을 적, 가족과 친구를 순식간에 잃어버리는 아픔을 겪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명상이라는 분야에 빠져들게 되었다. 처음엔 정신적인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접근했지만, 수많은 스승을 만나며 어느 것도 그 슬픔이라는 감정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본인의 생각과 감정이 어디서 오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는 것, 그리고 고요하고 명료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우쳤다.


  그래서 이 책은 앤디 퍼디컴이 명상을 접하며 마주했던 문제 상황과 이에 대한 스승들의 조언, 그리고 앤디 퍼디컴이 그 말을 따라 해 보며 느낀 점들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명상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나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내가 가졌던 의문을 아주 명쾌한 비유를 통해 해결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크게 보면 이 책은 명상을 구성하는 세 가지 단계로 나뉘어있다. 1. 명상에 대한 접근, 2. 명상 수행, 3. 일상에서의 통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요약하자면, 명상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명상할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야 하는지, 일상에서는 어떻게 이를 적용할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만약 명상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거나, 명상을 하며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에게는 정말 도움될 것이라 생각한다.


책 감상


명상에 대한 새로운 마음 가짐

  그동안 내가 명상해온 방식은 내 생각과 감정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호흡과 내 몸에 닿는 여러 가지 감각, 소리 등에 집중하다 보면 머릿속에 여러 생각과 감정들이 비집고 들어오는데, 앤디 퍼디컴의 비유를 들자면 고속도로 옆에 앉아서 그 생각과 감정이 오가는 걸 바라보았다. 다만, 그냥 바라보기만 했을 뿐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생각은 크게 하지 못했다. 굳이 명상의 목적을 들자면, 명상 후에 느껴지는 개인적인 만족이나 조그마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명상을 해왔다. 예를 들어, 명상하는 중에 일 생각이 너무 많이 나면 내가 일에 압도되고 있구나, 걱정하는구나라고 내가 바라본 생각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맡고 있는 일 중에서 우선순위가 낮은 일을 미뤄두거나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거나, 매니저와 조정해나갔다.


  책에서는 내가 한 명상 방식은 유지하되, 타인을 위한 마음가짐으로 명상을 해보길 권했다. 내가 명상을 통해 좋은 감정을 느끼고, 고요하고 명료한 상태가 된다면 누군가에게 그 감정을 나눈다는 마음으로 명상을 해보라는 것이다. 또한, 내가 명상을 하는 동안 부정적인 감정에 휘말리고 있다면, 다른 사람 대신에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걸 감사하다고 생각해보라는 이야기였다. 나도 전혀 해보지 않았지만, 내가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 생각과 감정을 다룰 때, 누군가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명상을 한다면 더 값지지 않을까 한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타인을 위한 마음가짐으로 하게 되는 명상은 어떤 느낌일지,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기대가 된다.


내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그동안 명상을 하고 이 책을 보게 되면서, 내 삶에 명상이 필요한 순간들을 떠올려 보았다. 크게 세 가지 경우가 떠올랐고, 만약 나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그런 순간들에 명상을 해보길 추천한다.


  명상은 운동처럼 매일 나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운동하지 않고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먹다가 어느 날 배가 나오고 살찐 내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우리의 생각과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은 그 순간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이나 감정은 조금씩 쌓이다가 눈덩어리처럼 우리의 삶에 크게 다가온다. 연인의 아주 사소한 말실수가 트리거가 되어 그동안 쌓인 서운했던 감정이 폭발하거나, 매일 같은 상사의 꾸지람에 어느 순간 “난 뭘 해도 인정받기 어려울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하루하루의 내 생각과 감정을 잘 어루만지고 건강할 수 있도록 의식적인 수련을 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무기력해지고, 너무 많은 생각과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는 순간에도 도움이 된다. 나는  특성상 많은 회의에 참석하게 되는데, 가끔은 연속되는 여러 회의를 진행한 이후에 진이 빠지고 일에 집중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있다. 특히, 회의 준비가 안되어 있거나 회의의 명확한 목적이 없어  시간을 낭비하게   같다는 생각이  경우엔 나도 모르게 짜증스러운 감정이 솟구친다. 회의 중에는  참고 나왔지만,  감정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최근에,  책을 읽으면서 그런 감정이   혼자 업무 집중실에 들어가  호흡을 느끼고, 가만히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들여다보았다. 처음엔 출퇴근 시간의 도로 마냥 수많은 생각(자동차) 지나가고, 여기저기서 부정적인 감정(경적소리) 튀어나온다. 호흡에 집중하며,  광경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조금씩 생각이 지나가는 도로가 한산해진다. 10분이 끝날  되면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조금 가라앉는다. 그리고 명상을 마무리하며, 내가 무엇을 먼저 해야 될지 명확하게 생각할  있게 된다. 이렇게 필요에 따라 실용적으로 명상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명상을 통해 내 감정과 그 감정을 겪는 나 자신에 대해 이해해보고자 한다. 예상치 못하게, 과거에 내가 실수하거나 잘못을 지적당하거나 비난을 받았던 기억이 이따금씩 떠오를 때가 있다. 순간적으로 온몸에 열이 오르고, 그 상황에서 내가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부정적인 감정에 휘말린다. 저자는 자신의 가족과 친구를 잃은 슬픔이 본인도 모르게 자꾸 자기 자신을 덮쳐와서 명상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다. 이러한 저자에게 그의 스승은 슬픔이라는 감정이 어디서 오고, 어디서 느끼는지, 그 감정이 실제 존재하는지 물어보았다. 앤디의 스승의 말이 참 뼈아프게 다가왔다.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도 없는 감정에 그렇게 강하게 반응할 이유가 있겠느냐? 어떤 것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특정한 감정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그저 생각일 뿐이다.” 앤디는 그에 대한 답을 해나가면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도 알게 되었다. 나 또한, 이 감정을 계속해서 어딘가에 미뤄두고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 어디에 있는 감정인지 왜 나타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렇게 해야 내 감정을 알아가고 궁극적으로는 나를 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무리하며

  2020년에는 내가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좋은 습관을 들인 한 해였다. 운동도 열심히 했고, 음식도 나에게 좋은 음식을 많이 찾아먹고자 했다. 올해에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습관과 루틴을 가져보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다시 꾸준히 명상을 하고, 나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해나갈 수 있길 바란다.


  참고로, 이 책의 내용은 넷플릭스의 <헤드스페이스:명상이 필요할 때>라는 다큐멘터리 영상으로도 소개되고 있다. 총 8편으로 제작되었고, 매 편은 10분간 명상에 대해 설명하고 10분간 명상을 가이드해주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로 책을 집어 들기가 주저된다면 영상으로 접해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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