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목표 중 하나는, 글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처음엔 생각을 정리하거나 나 자신을 어딘가에 알리기 위해 글쓰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접근을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책 리뷰, 인상 깊었던 글에 대한 생각 정리 등 나만을 위한 글을 쓰다 보니 이것이 내 감정을 지켜보고 컨트롤하는 의식적인 수련임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의식적인 수련은 자연스럽게 루틴이 되었고, 이는 내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일정에 쫓기고 너무나 많은 To-do에 매몰되어 있을때, 나를 위해 조금의 시간을 쓰는 것조차 죄책감이 느껴질 때, 우리는 사실 시간을 통제해서 잘 쓰기보다는 많은 시간들을 낭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내가 시간을 쓰는걸 들여다보니, 시간에 쫓기고 할게 더 많다고 느낄수록 인스타/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에 시간을 더 많이 쓰고 있었다. 보통은 부담스럽거나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기 위해 중요하지 않은 일에 더 집중하곤 한다. 흔히들 시험공부를 시작할 때 깨끗이 책상 정리를 하고, 공부는 다음날로 미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고 다음날에는 전날에 낭비한 시간과 에너지를 탓하며 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내가 정신적으로 더 건강할수록 나는 소셜 미디어에서 멀어지고 공부를 하거나 글을 쓰는 것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내가 공부하는 시간에 투자를 못하거나 소셜 미디어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많은 시간을 쓴다는 것이 내가 건강하지 못하는 것을 방증한다. 결국 일할 땐 일에 집중하고, 내 시간을 성장하는 데에 투자를 하거나 충분히 휴식하는 데에 시간을 쓸 수 있을 때, Positive Cycle(아마존의 Fly Wheel같은 Cycle)을 그려나갈 수 있게 된다. 내가 공부하거나, 쉬는 활동이 내가 성장하기 위한 기초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그 기초가 다시 내가 일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싸이클을 만드는 것이 가장 Positive 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Positive Cycle을 만들어 가는 것에 방해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대부분 감정적인 활동들이다. 외로움, 무기력감, 무료함 등인데 이것들은 내가 어떤 삶을 목표로 한다는 이성적인 생각과 전혀 관계가 없다. 내가 아무리 뚜렷한 삶의 목표를 가지고 그 길을 향해 열심히 정진한다고 하더라도 위의 감정은 불현듯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정은 단순히 생각만 해서는 걷어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 감정을 지켜보고 관리할 수 있는 의식적인 수련이 필요하다. 이 의식적인 수련을 나는 루틴이라고 부른다.
아래는 내가 하고 있는 루틴 및 수행하면서 느꼈던 내용들을 간단히 정리해보았다.
출퇴근하는 짧은 시간이지만, 지하철에서 메모 앱(노션, 구글 킵 등)에 글을 쓴다. 오늘 내가 느꼈던 것에 대해서, 내가 한 일에 대해서, 요새 고민 중인 주제에 대해서 등 짧은 글이라도 일단은 써둔다. 글을 쓰다 보면, 내가 바라보는 목표에 대해서 리마인드가 되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 과정에서 내가 너무 감정적인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 결과, 퇴근 후 집에서 괜히 늘어져서 유튜브를 보다가 밤늦게 잠드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인상 깊게 읽은 책이나 글에 대해서 내 생각을 꼭 정리하고자 한다. 이러한 글을 쓸 때도 짧은 글이 많은 도움이 된다. 정리한 생각이 글감이 되어, 여러 글에서 활용된다. 그래서 더 글을 쉽게 쓰게 되고 자신감도 높아진다. 나중엔 그렇게 작성한 글들을 하나씩 소개할 예정이다.
최근엔 실리콘 벨리 테크 조직들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실험 플랫폼을 어떻게 구축해 나가는지 조금씩 리서치하며 공부하는 중이다. 요샌 욕심도 조금 생겨서 내 블로그를 만들고, 우리 팀 개발자분들이 주로 쓰는 Go라는 언어도 공부해볼 생각이다.
규칙적으로 공부할 것이 있다는 것은 루틴을 만들기에 굉장히 좋은 방법이다. 공부하는 활동은 그 자체로 성취감을 주기도 하고, 일정 수준까지 도달했을 때의 만족감은 다른 일들을 해내는 데에 좋은 자양분이 된다. 또한, 공부를 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지켜나가는 과정들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는 길을 차단한다. 둘은 전혀 다른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점은 일과 관련된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부를 일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게 되면, 업무와 마찬가지로 과제의 무게가 나를 억누르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그 공부를 도와줄 사람을 찾거나(실력을 높이거나) 공부해야 될 양 또는 목표를 낮추는 것이 좋다(난이도를 낮춘다). 공부하는 내용과 과정이 내가 적절히 도전할 수준일 때, 그 효과도 더욱 커질 수 있다. (관련 김창준 대표님의 글)
운동하는 행위 자체가 부정적인 감정 활동들을 막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운동을 통해 가꾼 체력/신체는 성취감을 쌓아올려, 자존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육체와 정신이 연결되어 있어서 육체가 건강해지니 정신도 건강해진다. 종교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이야기 이기도 하고 나도 경험적으로 믿고 있는 사실이다.
2019년 한 해 동안 한 달에 평균 12~13회의 운동을 하였다. 많이 한 달은 25번을 하기도 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땐 당연히 운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긴 어렵다. 그래도 30분이라도 헬스장가서 운동하려고 노력했다. 운동하러 나가는 건 항상 어렵지만, 일단 운동하면 머릿속 복잡한 생각이 줄어들고, 땀을 흘리면서 리프레쉬 한다. 그러면 퇴근하고 절대 못하던 일도 하게 된다. 평소 같으면 술을 마실 상황에도 운동한 게 아까워서 일찍 들어가 잠을 청한다. 나에게 좋은 휴식을 선택하고, 다음날 다시 루틴을 시작한다.
작년에 제일 잘한 일이라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을 들인 일이다. 이를 위해 일찍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습관을 먼저 들였다. 평균적으로 11시쯤 자서 5시 반쯤 일어난다. 양치질만 하고 옷 챙겨 입고 바로 헬스장을 가면 5시 50분. 운동을 마치고 샤워한 후에 회사에 출근하면 7시 반이 조금 넘는다. 아침을 먹으며 포켓에 저장해둔 아티클을 보거나 책을 본다. 이 아침 루틴을 가능하게 한 것도 운동이었다. 다만 요새는 코로나 때문에 운동을 할 수가 없지만..ㅠㅠ
명상에 대한 정의가 여러 가지 들이 있지만, 나는 ‘명상’을 내 생각을 지켜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정의에선 ‘명상’은 머릿속에 들어오는 잡음들, 생각들을 지우는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이해하였고,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그럴수록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지켜보게 되었다. 필요 없는 생각들을 지우기 위해선, 나에게 내가 생각하는 것과 그 이유를 물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에 대해 더 솔직해지고, 내가 어떤 어려움과 두려움들을 느끼는지 알아갈 수 있었다.
명상은 주로 자기 전에 보통 8분 정도 한다. 마음 챙김, 마보, headspace, Aware 등 명상을 도와주는 여러 서비스가 있는데, Aware가 제일 괜찮았다. 최근엔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혼자 호흡하면서 마음 챙김 명상을 한다. 집중이 안되거나 너무 많은 상념이 들 때는 Aware를 열어서 가이드 음성에 집중한다. 그러면 한결 낫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구나, 감정들을 느끼고 있었구나.. 그런 나를 응원하고 위로하며 잠에 든다.
위의 4가지 루틴은 사실 특별할 것도 아니고 엄청 대단한 것도 아니다. 누구나 하는 이야기를 내가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내 방법을 소개하는 정도일 뿐이다. 특별한 사람이라서 이런 루틴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도 매일 저 네 가지를 성공하지 못한다. 그래서 매일 어떻게 더 습관화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최근엔 명상을 할 때마다 다리가 저릿해서 운동할 때 다리 스트레칭을 더 열심히 한다. 저릿한 느낌 때문에 명상을 자꾸 건너뛰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 보니 벌써 잠잘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꼭 명상을 하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