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북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sol Jang Mar 09. 2022

넷플릭스 문화의 오해와 진실

<규칙 없음> 북 리뷰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의 문화는 스타트업 씬에서는 워낙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업계 최고 임금으로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 무제한 자유로운 휴가 사용, 솔직한 피드백.. 등 넷플릭스의 문화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만큼이나 유명하다. 그리고 규칙 없음이라는 책이 나오고, 넷플릭스의 여러 문화들이 소개되면서부터는 각종 의사결정 프로세스, 비용 승인 규정 등을 없애야 인재들이 더 일을 잘하고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넷플릭스 문화에 대한 소문(?)과 인식은 사실보단 왜곡된 내용이 더 많았다. 스타트업에 있는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회사에 대해 불평하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넷플릭스를 포함한 해외 유명 스타트업의 문화를 자기 방식으로 이해하고 해석하여 오해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오해로 인해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잘못 주장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런 오해가 자꾸 발생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문화가 실제 적용되는 사례들을 보기보다 문화를 대변하는 단어나 문장만으로 “넷플릭스 정도면 진짜 자기가 쓰고 싶을 때, 무제한으로 아무 때나 휴가를 쓸 수 있을 거야"라고 해석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그랬다.


  대표적으로 오해하는 것이 무제한 휴가, 자유로운 휴가 사용이다. 규칙 없음을 읽기 전에는 넷플릭스와 같은 소위 잘 나가는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무제한으로 언제든지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넷플릭스도 초기에는 그렇게 적용했으나 실제 너무 자유로운 휴가 사용으로 인해 휴가를 가지 않은 인원들이 많은 일을 부담하거나 팀이나 회사에서 목표로 하는 일정 내에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들이 발생했다. 그래서 사실상 매니저에게 미리 휴가 일정을 공유하고, 팀과 회사의 맥락을 이해하며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실제로 사무실을 한 달간 비우려면 3개월 전에는 미리 알려주고, 5일 정도 휴가라면 한 달 전에는 이야기해야 된다는 내용이 나온다. 즉, 연차 사용 시 전결 등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팀 매니저와 여러 가지 맥락을 고려해서 휴가를 사용하게 되며, 휴가를 신청하는 팀원 입장에서는 정말 자유로운 휴가 사용은 아닌 셈이다. 그런데 실제 스타트업의 상황은 어떠한가? 휴가를 당일에, 바로 전날에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팀이 어떤 상황인지에 대한 고려 없이 자유롭게 휴가를 쓰는 게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넷플릭스에서는 명문화된 규정은 없으나 매니저가 따로 시간을 내서 팀원들에게 적절한 휴가 허용 범위를 설명한다. 어떤 달에는 휴가를 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어떤 달에는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즉, 팀 by 팀으로 매니저와 팀의 사정에 따라 휴가 규정이 유연하게 적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매니저는 이렇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일정과 그렇지 않은 일정이 왜 정해졌는지에 대한 충분한 맥락을 설명해주어야 한다. 이런 넷플릭스의 실제 문화를 이해하고, 스타트업 및 여러 회사에서는 어떠해야 되는지 충분히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넷플릭스의 솔직한 피드백은 특히 나에게 잘못된 오해를 심어주었던 사례이다. 솔직한 피드백 문화는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그가 상사 건 부하직원이건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지적할 수 있는 문화라는 걸 누구나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근데 솔직한 피드백이라고 하니, 조금 공격적이더라도 해야 될 이야기를 다 하거나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그러 내도 괜찮다고 오해하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도 그러했으니까, 킴 스콧의 <Radical Candor(실리콘밸리의 팀장들)>에서는 지독한 솔직함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니 솔직해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피드백이 아니라 비난이나 누군가에게 상처될 수 있는 피드백을 하면서 오히려 협업을 어렵게 만든 사례들도 있었다.


  넷플릭스에서는 책에서는 자세하게 다루지 않았지만 피드백을 주는 법 2가지, 피드백을 받는 법 2가지의 총 4가지의 A(4A)로 구성된 피드백 가이드를 제공한다. 그리고 매니저들이나 신규 입사자들에게는 피드백을 주고받는 법에 대해서 철저하게 교육하기도 한다. 넷플릭스의 피드백 가이드에는 공격적인 언사를 허용한다거나, 누군가를 상처주더라도 과감하게 솔직해야 된다는 이야기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의도를 설명할 수 있는 피드백을 해야 하고, 피드백을 받는 사람을 배려한 대안을 제시하길 권장하고 있다. 반대로 피드백을 받는 사람에게는 감사한 마음으로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이 피드백을 다 받지 않고 버릴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준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며 여러 문화가 생기고 없어지는 걸 반복하지만, 성장하는 회사엔 고유의 문화가 있고 그럴 수밖에 없던 여라가지 배경과 맥락이 존재한다. 그래서 사실 기업의 문화라는 것은 어떤 문화가 좋다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문화는 그 나름의 이유로 성장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넷플릭스니까, 구글이니까, 아마존이니까 그 회사의 문화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좋은 문화를 만들거나 성공으로 이어지지 만은 않는다. 넷플릭스의 좋은 문화를 오해하게 된 이유도 그 문화를 따르는 것이 성공과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니, 극단적으로 해석하고 따르려고 했던 게 아닐까? 오히려 호불호가 있더라도 그들만의 이유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의 경우도 어떤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가야 될지 고민도 되고 기대도 된다. 이런 시기에 규칙 없음을 읽으면서 좋은 문화의 표본을 찾으려고 했는데 오히려 우리만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데에 용기를 얻게 된 것 같다. 우리만의 규칙, 우리만의 성장 루트를 만들어가길 기대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어떤 리더가 될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