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서 책과 사귀는 방법"
“과연 100세까지 책을 읽어야할까?” “그렇다면 어떻게 읽어야할까?” 이 책을 처음 접하고 구매를 결정한 뒤 생긴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른 세대의 독서 형태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그 세대에 맞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100세까지 독서술’을 주제로 다른 이유는 바로 저자의 80세 노년을 맞이하면서 자기 그 동안 읽어온 책읽기에 대한 회상과 현재의 일상을 전하는 에세이다. 이 책에 대해 처음 흥미를 느꼈던 것은 50대인 중년으로서 과연 노년에 어떻게 책과 함께 보내는 방법(?)이었다.
실용서 위주의 일본 서적 구매하면서 느끼는 점(때론 후회하는 점)은 원하는 내용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그 점만 제외하면 내용이 빈약하거나 본문에 나오는 사례가 우리와 동떨어져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주제인 노년기 독서 성향(형태)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책의 간략하게 소개하면 일생동안 책 읽기를 즐겼던 저자는 70세 이후에 제정이나 신체 변화에 맞게 독서 방법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그런 와중에 몇 가지 독서 대한 화두를 던진다. 예를 들면 ‘속독과 지독’, ‘소장한 책 줄이기’, ‘기력이 떨어진 노년기에 적합한 독서법’ 등은 내가 관심을 갖는 주제다.
나는 위와 같은 세 가지 주제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먼저 책에서 ‘속독’에 대해서 빨리 읽어서 좋은 점은? 대체로 평론가들이 쓴 독서 안내나 독서일기에서 ‘빨리 그리고 많이 읽을 것’을 권장한다. 그 이유는 정보량이 필요한 전문가들 입장에서(혹은 자기계발 목적) 많은 독서량은 필연적이다. 그래서 속독은 당연시 한다. 일정한 기간 동안 쌓인 배경 지식은 이해력을 높여 자연히 속독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천천히 읽기(지독, 슬로리딩)는 의미를 짚으며 읽기에 필요하다. 본문에도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전한다. ‘책에서 무언가 감동을 느낄 때는 천천히 때론 더욱 더 읽기 속도가 느려진다. 마치 급커브에 브레이크를 건 기차처럼 거의 멈춤 듯 속도를 죽이고 읽고 있을 때이다.
또한 히라노 게이치의 ‘책 읽는 방법’에서 ‘슬로리딩’을 강조하면서 “독서란 단순히 피상적인 지식으로 인간을 꾸며주는 것이 아니라 사려 깊고 현명한 인간으로서 깊이를 더해주는 도구다. 그 뿐만 아니라 천천히 읽을 때 더욱 즐거워진다.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책 읽기 속도는 독자의 상태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로 같다고 한다. 그 이유는 조용히 찾아오는 기쁨도, 발견도, 비평도, 천천히 읽을수록 그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 읽기는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바쁜 세상에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에서 독서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인용문은 독서를 식욕에 비유한 것이다. 800년 전에 주자의 “주자어류”의 ‘독서법편’에서 “독서도 식욕이 당기는 대로 잡다한 것을 때를 가리지 않고 한 번에 먹으면 배가 더부룩해져서 낭패를 본다.”라든가 “요즘 사람의 독서는 아직 거기까지 읽지도 않았는데 마음은 이미 저 앞에 있다. 마음이 조급해져 늘 쫓기는 것 같다.”라고 했다.
야마무라 오사무의 ‘천천히 읽기를 권함’에서 “책 읽기의 기본은 통독이다. 한 권의 책은 첫 장부터 끝 장까지 읽는 것이다. 통독하면 독서를 했다고 자신의 마음을 납득할 수 있다. 띄엄띄엄 골라 읽는다거나 건너뛰고 읽어서는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애당초 내용을 골라 훑어 읽는 것을 독서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게 필요한 부분을 띄엄띄엄 읽는 것도 독서라고 강조한다. 요즘처럼 다양한 책들이 나오는 현실에서 책 내용의 일부분만 읽거나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전체를 다 읽는 것도 독자 자신의 마음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속독이냐 지독하는 독서법에 대한 논쟁은 결론을 내린다. 이제는 어떻게 읽느냐(how) 보다는 무엇을 얻고(what) 깨달았는지(why)가 올바른 독서라고 볼 수 있다. 내적인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에 주제는 소장한 책 줄기다. 저자는 두 가지 방법을 말한다. 공격적인 방식과 방어적인 방식이다. 공격적인 방식은 팔거나 기증하는 등 책을 직접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도 한 평생 책을 모은 장서가로서 이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방식인 방어적인 방법은 신간 구매나 관심이 가는 책을 더 이상 늘리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데 바로 체력과 제력이다. 나이가 70세가 넘으면서 전보다 독서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왕성한 독서량을 보인 저자도 어쩔 수 없이 책 읽기에 한계를 느낀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고정 수입 없는 상황에서 도서 구입은 부담 아닌 부담으로 노년의 삶에 양향을 준다고 한다. 노년기에 지출 범위는 다양하지 않지만 연금이나 기타 최소한의 수입으로 이전처럼 읽고 싶은 책을 전부 구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노년기(70세 이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도서관을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 추천한다. 읽고 싶은 책은 언제든지 신간 희망도서를 신청하고 도착하기만 기다리면 된다. 어쩌면 도서관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기력이 떨어진 노년기에 가장 알맞은 독서 방법이라고 한다.
70세 노년기에는 체력과 수입 감소로 독서의 부담감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막상 노년기를 보내면서 당초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체력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독서량이 줄어든 사실을 자연히 알게 된다. 다른 이유는 수입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책들에 대한 욕심보다는 소장 책들을 다시 읽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구매할 당시 처음 마음과 읽고(통독) 난 뒤 느낌이 사뭇 달랐다. 앞서 언급했던 느낀 점 이외에 현재 내 자신의 독서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내가 소장한 책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 노년기까지 어떤 책을 보관해야 하는지? 그러면 50세부터 70세 이전 장년기 20년 동안 나의 독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와 함께 나의 재정과 체력도 점검하는 기회가 됐다.
현재 2017년 5월 현재 1,285권을 소장하고 있다(e-book 58권 포함). 향후 20년 동안 1,000권 이상 책이 늘어나지 않겠지만 기존에 처리할 도서와 새로 구매할 책들을 감안하면 1,000권정도 소장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지금의 상황을 고려할 때 실용서보다는 시대를 초월하는 인문서가 위주로 채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서관 이용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아직까지 몇 군 데 도서관을 대출 위주로 가끔 이용한다. 최근에 신축된 도서관은 대출 뿐 만 아니라 독서 환경도 많이 좋아졌다. 사실 절판된 도서나 그 외에 구하기 힘든 책들을 주로 읽지 않는다면 책 읽기는 그리 힘든 작업은 아니다. 다만 지적 의지와 독서 습관의 문제일 뿐이다.
이 책의 제목인 ‘100세까지의 독서술’보다는 ‘나이가 들어서 책과 사귀는 방법’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그 이유는 100세라는 숫자보다 ‘나이’에 따른 책 읽기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나이 만50세를 기반으로 향후 적어도 20년 동안 만이라도 남은여생을 책과 함께 제대로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