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은 비슷하지만 의미가 다른 책들
나는 원서 번역서를 접할 때 항상 원전의 출처를 찾아본다. 특히 고전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번에 읽은 ‘명상록’의 경우 그런 대표적인 사례다. 서점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번역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7년, 열린책들 출판사에 번역된 ‘자성록’이란 제목하의 책을 구입했다. 이것 역시 저자는 같은데 독일에서 출간된 원서를 번역한 책이다.
국내에 출간된 많은 ‘명상록’의 번역 출처는 영미에서 출간된 원서들이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과정에서 인상에 남는 본문 내용들 많았다. 특히 그 중에서 가장 기억 남는 한 문장을 찾아 국내에 번역 출간된 서적들의 본문 내용을 서로 비교했다.
앞서 서평을 위해 읽었던 ’그리스원전 번역서인 현대지성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을 찾았다. 이 책은 그리스원전을 직접 번역한 책이다. 본문 제1권 7장에 뒷부분에 나오는 독서 방법에 대한 조언이다. “책들은 피상적으로 한 번 훑어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주의 깊게 정독해야 한다는 것”의 문장이다.
다른 비교 서적은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독일원서 번역 서적이다. “책을 읽을 정독하고 피상적인 이해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라고 적혀있다.
또 다른 책은 ‘다상’에서 출간 번역물이다. “책을 대충 이해하는 것에 만족하지 말 것”이라고 기술됐다.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책의 본문에는 “책을 읽을 때는 정확해야 하고 단순히 전체적인 대의에 만족하지 마라”라고 써있다.
‘해누리’에서 나온 책을 살펴보면, “책은 주의 깊게 읽어야만하고, 책 내용에 관한 피상적인 이해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라고 되어있다.
마지막으로 ‘세경’에서 나온 책에서 영문과 번역문을 함께 살펴 볼 수 있다(1차 번역 조지 롱, 2차 번역 안정효). “독서를 열심히 하되 어느 책을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영어원문을 살펴보면 “and not be satisfied with a superficial understanding of a book.”이다.
위와 같이 여섯 군데의 출판사에 나온 책들을 비교해봤다. 여섯 문장을 읽으면 전혀 다른 뜻으로 이해되는 않는다. 하지만 독서 방법을 전달하는데 각각 번역서마다 조금씩 의미의 차이가 있었다.
#1.“책들은 피상적으로 한 번 훑어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주의 깊게 정독해야 한다는 것”
#2.“책을 읽을 정독하고 피상적인 이해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3.“책을 대충 이해하는 것에 만족하지 말 것”
#4.“책을 읽을 때는 정확해야 하고 단순히 전체적인 대의에 만족하지 마라”
#5.“책은 주의 깊게 읽어야만하고, 책 내용에 관한 피상적인 이해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6.“독서를 열심히 하되 어느 책을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1은 그리스어, #2는 독일어 #3~6은 영어 등 각각 언어별로 번역한 것이다. 독자입장에 어느 것이 더 쉽게 의미가 와 닿는가? 궁금하다.
나는 첫 번째 문장이 가장 이해 잘 된다. 다른 문장들에 비해서 구체적인 표현을 설명하고 있다. 독서법만 생각한다면 두 가지 상황을 지적한다. 처음에는 한번 훑어보는 것, 즉 대충 읽는 것을 경계하고 제대로 정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물론 다른 문장들도 의미가 아주 다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용면에서 중의적이거나 구체적인 표현이 부족하고 문장이 어색하다(첫 번째 문장도 번역어투로 매끄럽지 않다). 세 번째 문장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
위의 문장들은 어느 독자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비교적 쉬운 내용들이다. 어쩌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대충 이해하지 말라”라는 한 마디로 이미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지 머릿속에 떠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번역 서적의 경우, 위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우리말인데 읽기가 어렵다. 문장이 자연스럽지 않다. 번역 문장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럼에 불구하고 평소에 우리가 쓰는 말처럼 자연스럽고 쉬운 문장으로 쓰여 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독자 한 사람으로서 바란다. 지금까지 번역서 읽기가 정말 짜증나는 독자 한 사람으로서 그러한 불평을 적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