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생존 전략 1조의 문제?
"오늘 옷 예쁘네요~"라고 말하는 선배에게 "앗 네! 하하"라고 대답했다. 둘 중에 뭐가 좋냐고 묻는 팀원에게 "저는 다 괜찮아요"라고 답했다. 영화 취향을 묻는 동기의 질문에 "아 그냥 그때그때..."라고 얼버무렸다. 친해지고 싶은 선배였다. 같이 밥 먹어서 기분 좋은 팀원이었다. 그리고 더 가깝게 지내고 싶은 동기였다.
싫은 사람 하고도 웃으며 대화할 수 있다. 마음에 없는 말도 그럴듯하게 할 수 있고, 불쾌한 상황에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있다. 있는 듯 없는 듯 지내서 누구의 미움도 받지 않겠다는 <직장 생존 전략 1조>는 대부분의 상황에 유용했다.
<신입사원 직장 생존 전략 1조>
- 말조심하기
- 내 사생활에 대해 말하지 말기
- 쓸데없는 질문하지 않기
- 괜한 참견하지 말기
- 섣부르게 누군가를 내 편이라 생각하고 털어놓지 말기
-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기
모두에게 한 발쯤 거리를 두겠다는 생각은 편리하다. 비록 하루가 "안녕하세요", "네!", "내일 뵙겠습니다"로만 채워지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받을 일은 없다. ON과 OFF 버튼밖에 없어서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는 먼저 말 걸기'라는 버튼이 없는 게 문제지만.
그래서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혼자서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아 아까 그 선배가 말 걸었을 때, 오늘 선배 옷도 너무 예쁘신데요? 하고 말할 걸!', '오늘 동기한테 같이 밥 먹자고 말해볼까?'하는 생각만 마음속에 잔뜩 품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조심해야 한다'는 마음이 경계심을 만들었다.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려고 나를 드러내지 않는다. 아무에게도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가까이 지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을 가장 경계하게 되고, 나는 내 눈치를 보느라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혼자 밥을 먹었던 어느 점심에는 더 이상 나 자신을 구속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미움 좀 받으면 어떻고, 혹여나 누가 괴롭히면 예전같이 맞서 싸우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했다. 그 날 오후, 선배 중 한 명이 '우미 씨 점심 뭐 먹었어요?'라고 물었다. 난 대답했다. '그냥.. 라면이요...'
그 순간 그냥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였다. 내가 나를 지키는 게 잘못된 건 아니잖아? 덕분에 나는 평온하게 하루를 끝냈고, 이번 달도 월급을 받으니까. 괜찮아.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잘 하고 있어.
*나이가 들 수록 먼저 말 걸어주는 사람이 너무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작은 콘텐츠 만들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였다>를 주제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