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선생님 Aug 28. 2018

원래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어!

아니야 엄마가 틀렸어.

“원래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어!”


옷을 벗고 방바닥에 던져 놓는 나에게 엄마는 말했지. 그런데 엄마, 그건 엄마가 틀렸어. 원래 그런 사람도 있어.


엄마는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는 말은 비겁한 변명이라고 했지? 그런데 바닥에 옷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어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나 같은 사람도 있어. 이틀 정도 지나서 아무렇지 않게 그 옷을 탈탈 털어 입고 나갈 거야. 그게 뭐 어때. 어차피 다시 입을 옷을 왜 그렇게 고이고이 접어 놔야 하는 거야? 실은 지금도 잘 모르겠어. 그런데 엄마, 사람들이 ‘원래’라는 말을 얼마나 폭력적이게 쓰는지 한참 후에 알게 됐어 


월급이 밀려서 따지는 나에게 사장은 말했지. “원래, 하루 이틀 정도 밀릴 수도 있는 건데, 너무 예민하네? 네가 좀 유난 떠는 거 알지? 늘 이렇게 했었는데 지금까지 아무도 불평 없었어”


바람피운 남자 친구는 나한테 이렇게 말했잖아. “난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


언제나 나쁜 사람, 함부로 해도 되는 사람, 함부로 예의 없이 굴어도 되는 사람. 세상에 그런 건 없잖아. 그런데 ‘원래’라는 말이 붙는 순간 상대방이 아닌 나 자신을 탓하게 되더라고.


“내가 유난인가? 내가 눈치가 없었나?”


이렇게 말이야. 엄마가 말한 ‘비겁한 변명’이라는 걸 그때야 이해했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자신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원래’라는 말을 잘 이용해먹으니까.  


아직도 난 옷을 아무 데나 두는 사람이야. 하지만 누군가 그걸 지적하면 “난 원래 그런 사람이야(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라고 하기보다는 “나는 이렇게 둬야 마음이 편하더라고, 그런데 네가 보기 불편하면앞으로는 안 보이는 데로 던져둘게”라고 말하는 사람이 됐어. 원래 나는 단어 선택에 민감한 사람이니까. 그리고 모두와 이왕이면 잘 지내고 싶은 사람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아무말도 하지 않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