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기

보랏빛 소가 온다를 읽고

by 김예영



나에게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기


요즘 나는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어떤 고객을 타겟해야 할까?

우리 학원은 누구에게 진심이 닿을까?


얼마 전, 유튜브에서 노희영 대표의 인터뷰를 보았다.

“브랜딩을 잘 하려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에 집중하라.”

그 문장이 오래 남았다.

나에게 없는 것을 채우려 애쓰기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라는 말이었다.


얼마 전 우리 학원에 한 여학생이 찾아왔다.

예민하고 사춘기의 절정에 있던 아이였다.

여러 학원을 떠돌다 주변의 추천으로 조심스럽게 우리 학원에 오게 되었다.

다른 곳에서는 적응하지 못했지만,

개인별 수업으로 진행되는 우리 학원에서는

비교나 긴장 없이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어느새 4개월째 꾸준히 오고 있다.


그 아이를 보면서 다시 생각했다.

나는 감정이 예민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들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그 감정을 감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그럼 이건 어떻게 해야 하지?”로 이어가서

실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나의 방식이라는 걸.


나는 아이들을 꼭 다정하게만 대하지 않는다.

필요할 때는 공개적으로 혼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뒤엔 꼭 따로 불러 이야기를 나눈다.

그때 아이들은 속마음을 털어놓고,

나는 그걸 들으면서 그 아이의 상태를 빠르게 파악한다.

그리고 가능한 해결책을 함께 찾는다.


예를 들어, 숙제가 안 되는 아이가 있으면

그냥 “왜 안 했니?”라고 묻지 않는다.

스스로 공부가 어렵다고 느낀다면

당분간 수업 시간을 늘려 학원에서 숙제를 마치게 한다.

사고가 너무 자유롭고 실수가 잦은 아이는

문제에 줄을 치며 읽게 하거나,

풀이 형식을 정해준다.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문제를 ‘구조로’ 바꾸는 일.

그게 내가 수업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사실 개인별 수업은 처음부터 계획했던 건 아니었다.

수업을 하다 보니 기존 방식에 한계가 느껴졌고,

그걸 해결하려다 보니 지금의 형태가 만들어졌다.

결국 내 강점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이 된 것이다.


이제는 생각한다.

이 구조를 어떻게 더 체계화하고,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을까.

부모님들에게 간단한 설문을 받아

각자 원하는 수업 형태를 파악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숙제의 양, 선행의 정도, 단호함이나 관대함에 대한 선호도 등.

물론 모든 걸 다 맞춰줄 수는 없지만,

부모와 아이가 원하는 방향을 함께 찾아가는 시도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솔직히 다른 학원에는 관심이 없었다.

“나는 나만 잘하면 돼.” 그게 내 생각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게 느낀다.

전체 구조를 알아야 내 자리를 정확히 잡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시장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학부모들이 어떤 방식에 반응하는지 이해해야

나의 철학도 더 분명해진다.


나는 믿는다.

건강한 정서가 뒷받침되어야 공부가 제대로 된다는 걸.

그래서 언젠가,

공부와 정서를 함께 관리해주는 학원을 만들어보고 싶다.

청소년 심리검사를 도입해

그 결과를 수업과 상담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방식.

단지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시도해보고 싶다.


비판이 있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비판은 결국 성장을 불러오니까.

나는 내가 가진 걸 안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감각,

그리고 그 감정을 구조로 바꾸는 힘.

그 두 가지로 나는 오늘도

아이들의 마음을 열고, 개념을 풀어내고 있다.



감정을 읽고 구조로 바꾸는 교사,

나에게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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