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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몰브랜더 시내 Apr 12. 2020

고객의 피드백은 신입사원처럼 받아들여야

<스타트업의 다른 이름, 성장>

나는 신규 기업의 신제품 컨설팅을 한다. 하루에 적으면 둘, 많을 땐 네 번의 미팅을 하고 그들의 신제품 소개를 듣는다. 미팅은 보통 어떤 컨셉으로 어떤 전략을 갖고 성공적으로 제품을 런칭시킬지 고민하고 협업을 할 부분을 찾는다. 지금까지 만난 기업 숫자가 천 곳이 넘을 정도로 나름 국내 크고 작은 스타트업, 중소기업, 그리고 가끔 대기업을 가리지 않고 만나고 있다.


객관적인 진단과 솔루션을 얻기 위한 자리에서 제품에 대해 칭찬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냉정하게 조언을 해야 하는 시간이 온다. 여러 번 겪어도 언제나 놀라운 점은 컨설팅을 받으러 직접 왔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제품에 대한 냉정한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보통 그러한 피드백은 내 개인적인 의견이 아닌 소비자의 의견을 포착해서 지적할 때가 많다. “지난 제품에서 가격 대비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가 있네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요?”, “배송이 늦어지는데 소통이 부재해서 화가 난 분이 있네요. 이번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안 됩니다.”


언제나 소비자의 말이 옳은 건 아니지만, 완강하게 거부하는 분들을 보면 한 평생 소비자로만 살아온 내게는 놀라울 뿐이다. 심지어 어떤 사장님들은 소비자의 혹평을 견디지 못해서 싸웠다는 분도 계셨다. 처음에는 그런 태도 자체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사장님이 본인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서 그런 것으로 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그런 일이 너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 문제다. 내가 만나는 분들은 보통 초기 스타트업에서 신제품을 런칭을 하기 때문에 제품이 완벽하지 않을 때가 많다. 첫 생산이기 때문에 불량률도 예측할 수 없고, 테스트에서는 걸리지 않았지만 필드에 나가서 발견되는 문제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에 타격이 있을 법한 평가가 올라와서 해결을 위해 급히 회의를 해보면 이런 말씀을 하시는 대표님들이 있다. “이 사람이 너무 예민해요. 제가 만났던 분들은 대부분 좋다고 하는데 예민한 소수 때문에 제가 환불을 해줘야 합니까”, “이 가격에 뭘 바랍니까. 인정하고 리콜하면 손해가 막대해요”. 물론 그분들의 말도 일리가 있다. 소비자를 언제나 왕처럼 대할 필요는 없지만 그러한 사고방식이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사고방식일까? 


경험은 총체적이다. 제품을 온라인에서 보고, 고민하고, 결제하고, 배송받아서 경험하는 배송상태, 사용 설명서, 제품 작동, 문제 발생 시 C/S까지 받은 인상이 그 제품의 경험이다. 따라서 후기에 남겨진 별점 1점은 잘못 쓰인 사용설명서 하나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총체적으로 경험이 불만족스러웠기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옳다. 아니,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에게 이롭다. 이는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깨달은 바이다.

 

회사에 입사하고 가장 당황스러웠던 점은 내가 사용한 단어 하나에 대한 상사의 피드백이었다. 나의 상사는 입사 초기에 내 발표를 듣고서 특정 단어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스피치 전체에 혹평을 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발표가 끝나고 동료들에게 재차 물어보았다.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거야? 아니지? 솔직하게 말해줘!”, 동료들이 네가 잘못한 거 없다고 말해주면 그걸 위안 삼았었다. 좋은 후기만을 믿고 싶은 건 아마도 이런 마음일까? 한동안 그렇게 나에 대한 피드백을 저항하던 내가 중소기업 대표들의 고집스러운 태도를 보고 생각했다. 내가 상사에게 준 경험 또한 총체적으로 별로였기 때문에 한 마디의 혹평으로 내게 전달된 것이 아닐까? 마치 제품의 총체적인 경험이 불만족한 소비자가 남기는 ‘최악이에요’라는 댓글처럼 말이다.


이런 생각에 미친 나는 ‘왜 저한테만 이렇게 까다롭게 평가하세요?’라는 말을 보류한 채로 계속 듣는 연습을 했다. 덕분에 나는 신입사원 시절 받은 유일한 칭찬이 피드백을 잘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내 이메일 제목의 오타, 딱딱한 말투, 회의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쓰는 ‘~것 같습니다’와 같은 자신 없는 표현, 그리고 가장 눈에 보이는 성과 지표 등을 통해 나를 증명해 보이고자 노력했다. 스피치 학원에 다니며 발음 교정을 하기도 하고, 주변의 뛰어난 동료들을 보면서 그들의 장점을 닮고자 분석했다. 시간이 지나고 동료들도 솔직하게 말한다. “ㅇㅇ씨, 입사 초기에 비해 정말 발표 실력이 늘었네요.” 누가 봐도 부족했던 입사 초기의 나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줬던 동료들 덕분에 자신감을 잃지 않을 수 있었지만, 결국 나를 발전시킨 건 내게 혹평했던 리더들의 높은 기준이었다.

내 안에 갇히면 같은 결과만 반복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날카롭고 예민한 소비자의 피드백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기업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컨설팅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태도를 가진 분이 있었다. 그분은 안 좋은 후기를 남겨준 고객에게는 꼭 직접 찾아가서 의견을 묻곤 했다. 너무 멀면 전화를 꼭 해서 어떤 점이 불편했는지 물어보았다. 굳이 찾아갈 필요가 있나 말리곤 했는데, 다녀와서는 값진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분의 논리는 이렇다. 소비자가 경쟁사 직원이 아닌 이상, 의도적으로 악플을 남겨서 그들에게 좋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제품에 돈을 써준 것뿐만 아니라 의견을 남기기 위해 시간을 내준 것 자체로 감사한 사람들이라고. 이 사장님 만큼 언제나 감사한 마음을 가지기는 어렵더라도 개인의 발전, 기업의 발전을 위해 최대한 많은 목소리를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피드백을 통해 발전하는 사람들이 있고, 노력을 알아봐 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

  

반면 내가 이 글에서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건 피드백에 대한 열린 태도이지, 무조건 타인의 피드백을 받아들이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듣고, 반영할지에 대한 판단은 자신이 주체적으로 해야 한다. 다만 쓴소리는 듣기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성장의 한계를 느낄 뿐이다.


불평은 아름다운 것이다. 불평은 공짜 피드백이며 당신의 사업이 충족시키지 못한 고객들의 요구를 드러낸다. (...) 한 명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10명이나 더 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그 장부에 매주 비슷한 불평이 계속 쌓이면, 그 문제를 평가하고 시정조치를 취해야 했다. 고객들의 불평은 당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세상의 속삭임이다.
-부의 추월차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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