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깨달은 내 성장의 열쇠
3편 <나는 무얼 하는 사람일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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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게 꼭 필요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알았던 것도 다시금 되짚어보고 모르는 새로운 것들도 많이 배웠다. 그래서 정체성의 혼란에 대한 답도, 이루고자 하는 성장이 무엇인지도 서서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커리어 역사의 가장 큰 뼈대인 '제너럴리스트'에 대한 관점도 덕분에 다르게 바라볼 수 있었다. 물론 힘든 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곳에선 실패도 성공도 신나고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빠르게 시도하고 변화하는 게 스타트업의 강점인 만큼, 1년 4개월이란 기간에 두 개의 사업부에서 각기 다른 직무를 경험할 수 있었다.
영상 기획 PD
- 커리어 콘퍼런스 기획, 론칭
: 콘퍼런스 콘셉트 기획 및 연사 섭외
: 콘퍼런스 이용권 구매 페이지 기획 (w. 마케팅 팀)
: 콘퍼런스 진행자 대본 작업 (큐카드와 프롬프터도 같이)
: 연사별 강의 세션 세부 내용 논의 및 발표 자료 체크
: 연사별 발표용 / 콘퍼런스 참가자 배부 자료 체크
- 커리어 콘퍼런스 현장 관리
: 콘퍼런스 연사 의전
: 강의별 타임체크
: 콘퍼런스 제작, 촬영 PD 서포트
커뮤니티 매니저
- 플랫폼 내 콘텐츠 전문 생산자 섭외 및 활동 여정 관리
- 콘텐츠 전문 생산자를 위한 별도의 커뮤니티 빌딩, 운영
- 플랫폼 이용 유저 인터뷰 및 서비스 개선점 도출
- 플랫폼 내 서비스 기능 개선 참여 (w. 제품팀)
- 플랫폼 이용 유저 대상 매월 리포트 발행
- 플랫폼 이용 유저 대상 가이드 제작, 배포
- 플랫폼 이용 유저 대상 콘탠츠 큐레이션
그래도 기획 PD 업무는 방송작가 경험 덕분에 조금이나마 수월했지만 커뮤니티 매니저는 글쎄? 였다. 커뮤니티 매니저는 이 회사엔 없던 신설된 직무였다 보니 업무가 무엇인지 하나씩 정리를 하는데 꽤나 골머리를 쌓았던 기억이 난다. 그 함께 일하던 몇몇 동료들을 떠나보내기도 했었고, 결국 우리 팀엔 나와 우리 팀의 리더 둘만 남아 사람들의 빈자리가 티가 나지 않게끔 고군분투했었다. 열심히 시도하고 실패하고 성과 내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우리를 잘 몰라하던 동료들도 곁에서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잘하고 있다고, 둘 덕분에 뜻깊은 업무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애를 썼다는 게 플랫폼을 이용하던 유저들한테도 보였던 모양이다. 덕분에 플랫폼에서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며, 감사의 말과 함께 가슴 따뜻한 응원을 보내던 분들도 종종 있었다.
주로 데이터와 수치 등 눈에 보이는 숫자로 판단하는 정량적 평가가 많은데, 우리 팀만큼은 숫자로 평가하기가 정말 어려운 집단이었다.(정량적 평가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수치로 선정한 지표를 달성하기도 했었다) 리더와 늘 나눴던 이야기는, 우리가 하는 일은 단기보다 장기 계획을 세워 진행했을 때가 빛이 난다고, 즉각적인 성과를 내는 게 아니라 브랜딩처럼 차곡차곡 쌓여야 그 진가를 알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차곡차곡 쌓는다는 게 우리가 해 온 업적을 쌓아나간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브랜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관계를 만든다는 것. 맺어진 관계엔 하나 둘 신뢰가 붙어서 덩어리가 점점 커지고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게 되어 브랜드에 영향력이 생긴다는 것.
아, 그래! 그거였어.
나는 '무언가를 돋보이고 싶어 하는' 일을 할 때, 무언가와 무언가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였을 때 형성되는 신뢰를 중요시했었구나. 그걸 여태껏 몰랐을까, 왜.
14년의 커리어를 쌓아오며 이제야 깨달은 내 성장의 열쇠는 바로, 신뢰였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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