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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ah KIM Apr 21. 2016

묻던 밤.

당신에게 묻던 밤이 생각났다. 내가 당신에게 무엇을 물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내 물음에 답을 하던 당신의 눈동자 색을 기억한다. 당신의 눈동자 색은 살짝 구름이 낀 푸른 하늘 같기도 했으며 제주도의 바다처럼 에메랄드 빛 같기도 했다. 

당신이 나의 물음에 어떤 답을 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당신이 말을 마치며 귀 뒤로 머리를 넘길 때 핀 새끼손가락을 기억한다. 당신의 새끼손가락은 너무 가늘지도 너무 두껍지도 않았으며 투명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에 조명 빛이 살짝이 숨을 고르기도 하였다.

술을 마시진 않았으나 술에 취한 듯한 밤이었다. 그날 운전 중인 차 안 라디오 속 DJ가 누군진 기억나지 않지만 당신의 흥얼거리던 라디오 속 노래 신승훈의 <나비효과>를 기억한다. 당신은 노래 가사 속 '혹시'라는 단어가 왠지 슬프지 않냐고 나에게 물었다.

당신을 집에 내려주고 돌아와 내 집에 들어가기 전 들린 편의점에서 무엇을 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편의점에서 집까지 걸으며 본 밤하늘의 별들을 기억한다. 한참을 별들을 보고 한참을 그렇게 서있던 밤이었다.


누군가 왜 그런 걸 기억하느냐고 물어온다면 나는 그 이후 당신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해야 한다. 그리하여, 다른 당신의 기억으로 그 순간순간이 퇴색되어 버리지 않았다고, 당신은 딱 그날의 기억에만 존재하므로 그렇게 기억된다고 나는 말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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