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적이 있었다.
당신에게 이별을 고하고 얼마 동안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추스르지 못하던 날들이었다.
다른 이들을 만나도 입에 자물쇠가 채워진 거 마냥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멍하게 그들이 보여도 못 본 척 들려도 듣지 못한 척하던 시간들이 연속.
그래 사막을 가본 적은 없으나 사막에 모래바람이 불어오듯 목이 타고 숨이 막히는 그런 시간들, 그 시간 속에서 결국 내가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고 힘들게 한다는 현실에 나는 당신과 이별하고 난 후 점점 나를 아는 많은 이들과 서서히 멀어져야 했다.
새벽마다 찾아오는 빌어먹을 불면증과 가끔의 악몽 그리고 약간의 두통만이 나에게 남은 나의 것이었다.
혼자이고 싶어서 혹은 혼자이기 때문에 나 혼자 걷는 날들이 많았다.
혼자 거닐던 그 많은 어두운 길들은 어쩌면 꿈이었지도 모른다. 꿈처럼 아득하고 두려운 길이였다.
괜찮지 않다는 몸은 괜찮아야 한다는 정신 때문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점점 균형을 잃어버린 나의 감정들은 이따금 나를 눈물 흘리게도 하였으나 대부분은 무미건조했다. 진공 포장된 무언가 처럼 나는 그냥 존재했다.
존재하니까 존재하는 것처럼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나는 이별을 감당하기엔 강인하지 못했고 사랑의 반대말이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이별을 말하면 그걸로 사랑이 끝나리라 생각했으나 이별 후 찾아온 그리움은 무방비 상태에서 맞아버린 카운터 펀치 같은 것이었다.
그리움을 그리움으로 받아들이기까지 나는 몇 번의 사랑을 하고 몇 번의 이별을 해야 했다. 그리고 이별 후 찾아오는 그리움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간직할 수 있었다.
혼자 걷던 그 많은 시간들은 어쩌면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