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ah KIM Apr 29. 2016

당신의 계절

언젠가의 4월이었던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아마도 조금은 오래된 기억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제주도의 4월 그렇게 무심하게 그리고 무성하게도 벚꽃이 벚나무를 감싸 쥐고 있었다. 그래 나무뿐 아니라 하늘까지도 벚꽃이 가리고 있어 하늘이 맑은 파란색이었는지 분홍빛 이였는지 헷갈릴 정도의 날들이 이어졌다.


무성한 벚꽃도 결국은 꽃이더라 지지 않을 거 같고 떨어지지 않을 거 같던 꽃잎들이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 날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과 함께 적어도 외롭지 않게 벚꽃잎은 추락하였다. 추락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어느 날은 바람이 불어와 벚나무를 흔들고는 꽃잎을 떨어뜨렸다. 꽃잎이 떨어진 자리엔 초록빛이 난다. 분홍빛은 찰나의 순간이지만 초록빛은 조금은 오랜 시간을 나무와 함께 할 테니 나무는 외롭지는 않겠구나 생각했다.


그래 당신은 벚꽃이 반쯤 떨어지고 초록빛을 머금기 시작한 벚나무를 보며 웃으며 나에게 말했었다.


"이제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 올 거야"


그 말을 하는 당신은 행복했던가? 행복했겠지 당신은 좋아하는 것에 언제나 온 마음을 다하였다. 나중에 상처받을 지라도 당신을 온 마음을 다하여 좋아하였고 표현했으며 행복해했었다.

나는 그 말을 하는 당신을 보면 웃었던가? 웃었던 거 같다. 당신이 웃으며 좋아했으니 나 또한  웃음으로 답하였을 테다. 나는 언제나 당신에게 답을 할 뿐이다. 먼저 묻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저 당신이 좋다고 했으니 좋았다. 당신이 웃었으니 좋았다. 당신이 사랑한다 말해 주워 좋았다.


우린 같은 온도를 좋아했다. 그것은 확실히 기억나는 당신의 대한 조각이다. 너무 덥지도 않고 너무 춥지도 않은 그 어디쯤이 중간 정도 온도를 우리는 좋아했다. 우리는 서로 온도 이야기를 하면 서로 참 애매한 사람들이라면 웃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번의 계절에 우리는 굳이 그 어디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당신은 봄에서 여름으로 달려가는 태양의 그 중간 계절을

나는 여름에서 가을로 흘러가는 바람의 그 중간 어디쯤을 


우리는 분명 같은 온도를 좋아했으나 원하는 태양이 달랐으며 바라는 바람이 달랐다.

당신은 지금도 그 온도의 그 계절에 존재하는 조각이다. 나는 당신에게 어떠한 조각일까 생각해본다.

생각해 보지만 나는 차마 생각만을 해볼 뿐 예상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가지고 있는 조각을 이 따끔 당신의 좋아하던 계절쯤에 꺼내어 놓고 하늘에 맞추어 보기만 할 뿐이다. 매번 그 계절에 그 하늘을 보면 그 조각을 맞추어 본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그 조각은 들어맞지 않는다. 비슷하지만 다르다. 애매하게 맞지 않는 조각이라며 나는 당신답다며 당신의 웃던 얼굴을 떠올리며 웃어본다.


오늘 그 길을 걸으며 벚나무를 본다. 벚꽃잎은 떨여졌고 하늘은 더 이상 분홍빛이 아니다. 맑고 푸른빛을 머금은 하늘이다. 하늘이 이제야 하늘 답다.하늘을 보고 눈이 부셔 고개를 떨군다.


회색빛 땅이 검은색 도로가 분홍빛이었다. 하늘을 덮고 있던 분홍이 마지막으로 땅을 덮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 당신의 조작을 맞춘다. 하늘이 아닌 꽃잎이 떨어진 땅에 당신으 조각을 맞추어 본다. 


당신이 꽃잎 위를 걷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걷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