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벽 내가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당신 때문이 아닙니다.
어찌하여 나의 눈동자에서 턱을 지나는 눈물이 흐르는지는 모르겠으나 당신 때문은 아닙니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나는 침대에 걸쳐 앉아 어둠을 한 움큼 집어삼킵니다. 어둠은 나의 입술을 통과하고 치아 사이 틈새를 빠져나와 혓바닥을 지나갑니다. 어둠의 맛을 음미하려 애을 쓰지만 나는 어둠의 맛을 알지 못합니다. 그저 목구멍을 넘어갈 때 씁쓸한 외로운 맛이 스치 듯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불 꺼진 천장을 바라봅니다.
천장 넘어 나는 하늘을 상상합니다. 지금은 5월이지만 왠지 새벽하늘엔 눈이 올 거 같습니다. 구름은 없고 별들이 하나하나 자리을 비운 달을 대신하여 어둠을 빛냅니다. 나는 어둠 속에서 눈 내리는 새벽을 상상합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에선 왠지 하늘 냄새가 날 것만 같습니다. 손바닥에 쌓이는 눈을 어둠 속에서 바라보며 녹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눈은 녹아버리기에 상상 속에서는 녹아 사라지지 말기를 하늘의 냄새를 머금고 그대로 나의 곁에 남아주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별 하나하나를 손가락으로 쓰담 거립니다. 나는 잠들지 못하니 별은 잠이 들라며 속삭이듯 별들을 쓰담 거립니다. 잠시 후엔 날이 밝아 올 테니 지금 잠들어도 괜찮다고 나는 타이릅니다.
별들이 잠들며 아침이 오고 나는 입안에 남아있는 어둠을 되새김질하며 소화를 시킵니다. 나는 아직 잠들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