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칸나 Dec 13. 2015

야생 고양이 #49        여행의 끝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귀국길 : 기록 중독자

1년 동안 경제적 소득 없이 지냈다. 노동하지 않았다. 매일매일 다른 천장을 바라보며 아침을 깨우는 시기가 이제 끝이 나고 있다. 여행의 끝이 정말 보이기 시작한다. 노동과 자본주의의 시기가 내게 돌아오고 있고, 그것에 다시 현명해져야 한다. 달과 별을 노래하는 법, 파란 나비, 유칼립툽스, 달과 무지개, 콘돌의 비행, 말라위 사람들 미소, 색색의 새들, 정글 에너지, 아름다운 것들이 가르쳐준 삶의 지혜와 긍정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매몰찬 날에도 희망을 놓지 않는 법을, 텐트를 치고 몸 하나 누일 곳을 만드는 법을, 권리를 주장하고 용서하는 법을, 짜증이 밀려오는 순간에도 조금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법을, 또 작은 일에 감사하고, 간사한 내 속내와 다른 사람을 더 이해하는 법을 그리고 숭고하고 아름다운 지구와 자연을 워왔다.


필요한 최소한의 것은 누울 잠자리, 물과 조금의 식량, 음악과 날씨 바람과 공기, 자유와 평화, 마음의 여유와 건강, 자연과 마음을 나눌 사람이다. 아마 다음 여행에서는 더 지혜로워져야겠지만 이 어설픈 무대뽀 정신이 또 이상하고 나다운 여행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이제와 돌이켜보니 그저 스치고 잠깐을 머물렀던 그 어떤 장소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낭만을 꿈꾸며 한 발짝 내딛었음을 추억한다.


교육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끌어내면서 두려워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스스로 살아가는 법, 그러나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누군가를 모방할만한 청사진은 없다. 전인미답. 다만 어떤 명백한 느낌을 따라 창의적으로, 어떤 지도도 스승도 없이 다만 정글을 헤치고 현실적 내 땅을 찾아 가는 여정이 시작되려 함을 느낀다. 하고 싶었지만 핑계가 많았고  두려워했던 것을 진짜 내 것인지 아니면 그저 희망사항이었는지 측정하고, 정체를 끄집어내 실험해 볼 것이다.

여행의 1 막이 끝났을 뿐이다.  


아마 한국은 그전과 비슷할 테고 현실에 치여 모든 일들을 너무 쉽게 잊을 지 모른다. 그 모든 아름답던 세계가 꿈처럼 지난 책 속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잊지 않아야 한다. 그 소중했던 배움을 그저 즐거운 기억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돌아가고 있고, 돌아갈 곳이란 중요하다. 'Make the world better.’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자’ 한국에 돌아간다는 사실에 감정적이 된다. 기쁨 보다 슬픔이, 실은 두려움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새삼스레 여행 출발 전 너무 긴장했던 나 자신을 생각하니, 또 지금의 나도 괜찮을 수 있을 거란 그런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1년이 담긴 녹색배낭을 짊어지고 걸어간다. 업보와 집과 기억을 등에 지고 한 발 한 발 걸어간다. 그곳이 어디 든 어떤 것들을 마주하든 시지프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 부디 살면 살수록 더 많은 것을 긍정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아버지가 부르신다. 진영언니와 약속을 잡고 나니 한국 가는 날이 더욱 실감 난다. 누구에게나 그런 현실이 있었고 나는 보았다. 이제는 내 것을 짊어지고 걸어갈 차례일 뿐이다.


귀국 비행기가 한국 땅에 닿을 때 콧잔등이 시큰해지며 눈에서 뭐가 떨어진다.


돌아왔구나.


Go through it and become beautiful.

그것을 지나 더 아름다워지길



매거진의 이전글 야생 고양이 #48 <콜롬비아> 마지막, 종착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