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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님 Jan 08. 2023

팩트체크! 책방운영 왜 어렵다고 할까?

지난해 말 이웃서점 이랑으로부터 경기서점학교 워크숍 중 두 시간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책방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랑서점 책방지기님과 쌓은 친분이 있고, 소정의 사례비를 준다기에 큰 고민 없이 가겠다는 답을 한 참이었다. 참가자들이 이론적인 것은 온라인 교육으로 충분히 들었을 테니 공간을 구하는 일부터 책을 주문하는 일까지 실무적으로 어떤 것들을 챙겨야 하는지 한글파일에 정리해 보았다. 몇 가지 갈래를 나누다 말미에 '서점 매출 각자 계산해 보기'이라는 소제목을 정하고 거기에 퀴즈를 하나 넣기로 했다.

1. 최*주 책방지기는 혼신을 다해 2022년 11월 책  400권을 10% 할인가에 팔았습니다. (공급률 70% / 도서 가격 정가 기준 14,000원) 최*주 책방지기가 남긴 수익은 얼마일까요?

참가자들은 저마다 분주히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 사이 오답을 말하는 사람도, 계산을 헷갈리는 사람도 있었는데 정답은 대략 112만 원 정도이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2. 작은 동네책방에서 한 달에 책을 400권 파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요? 하루에 한두 권도 팔기 쉽지 않아 책방지기들 사이에는 '빵권데이'라는 말도 있는걸요. 만약 판매 한다고 하더라도 월 112만 원으로 책방을 유지하는 일이 가능할까요?


짧은 침묵 뒤 동네 책방 운영에 관한 각자의 로망과 꿈을 안고 온 참가자들의 표정에 가느다란 근심이 드리운다. 월세와 인터넷, 정수기, 전기료, 관리비 등 고정비용을 내고 나면 책방지기 손에 남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다시금 강조해 말했다. 동네책방 운영은 보람되고 행복한 일인 동시에 현실이라고. 동네책방 사장님들이 책방 운영이 어렵다고 말하는지 단순한 계산 한 번으로 모두가 이해하는 듯했다. 덧붙여 말했다. 책방을 오래 자신의 업으로 삼고 싶다면 꼭 책방 고유의 컨텐츠와 수익창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나도 안다, 말은 쉽다는 거...나도 못한다는 거...)




책방이 감당할 수 있는 월세 규모, 인테리어 비용, 책을 입고 하고 모임을 여는 일, 지원사업까지 준비한 이야기를 마치고 책방으로 돌아오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돈돈돈'을 말한 것은 아닌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미련을 놓지 못하고 다음날 이랑지기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번거롭지 않다면 어제 참가하셨던 분들에게 이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말이다.


안녕하세요. 이랑서점에서 인사드렸던 너의 작업실 탱입니다. 어제 헤어지고 책방에 돌아왔는데 오늘까지 계속 물건을 잃어버린 듯 찜찜한 기분이 들었어요. 오늘 아침에서야 그 실체를 깨닫고 망설이다 이렇게 메시지 드립니다. 두 시간 가까이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만 드렸어요. 책방은 사회 구성원 다수가 물질적 가치를 말할 때 그 반대편의 것들을 말하는 유일한 곳이기도 해요. 그래서 예비 책방지기님들께서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단 한 사람에게라도) 힘이 되는 책방'을 꾸려가는, 연대의 가치를 믿는 공간을 만드신다면 좋겠어요. 부족한 이야기 귀담아 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어제 말씀드렸듯 책방을 열게 되시면 꼭 DM으로 기별 주세요. 고맙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연출해낸 공간에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는 일은 상상보다 벅찬 기분을 안겨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시작은 누구나   있지만 유지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 (건물주가 아닌 이상)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너의 작업실 근처 카페, 맛집은  북적이지만 동네책방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소수인것이 바꿀 수 없는 현실이다.


#표지사진 : 김윤정,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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