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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 정 Sep 23. 2024

완경 즈음의 그대에게

보약? 독약?, 여성호르몬 논란 최신정리

안팎으로 의사해먹기 힘들다.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속속 등장할 때마다, 기존 지식들을 갈아엎어야 한다. 여성의 위기인 갱년기, 곁에서 지켜보니 만만치 않다. 하루 한 알, 설렁탕 한 그릇 값으로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는데, 잘못된 편견으로 치료 기회를 놓치는 분들이 너무나도 많다. 안타까운 마음에 몇 줄 적어 보련다.



젊음의 호르몬, 에스트로겐


에스트로젠은 여성을 더 여성답게 만드는 마법의 호르몬입니다. 제일 중요한 역할은 최적의 임신환경을 만들기 위해 배란을 촉진하고 자궁을 준비시키는 일이지요.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간략히 정리해 볼까요?


골밀도 유지: 에스트로젠은 골밀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폐경 후 에스트로겐 수치가 감소하면 골다공증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에스트로젠은 뼈 재생을 촉진하고 파골세포(뼈를 파괴하는 세포)의 활동을 억제하여 뼈 손실을 방지합니다.


심혈관 보호: 에스트로젠은 심혈관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에스트로젠은 HDL(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LDL(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심장 질환의 위험을 줄여줍니다. 폐경 후 에스트로겐 수치가 감소하면서 여성의 심혈관 질환 위험이 급증합니다.


피부 및 모발 건강: 에스트로젠은 피부의 탄력성과 수분 보유 능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여 노화 과정을 늦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또한, 두피 건강을 개선하고 모발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뇌기능과 기분 조절: 에스트로젠은 뇌에서 신경 보호 역할을 하며, 기억력과 인지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세로토닌 수치를 증가시켜 기분을 안정시키고, 우울증이나 불안 증상을 완화시킵니다.


여성성의 유지: 에스트로젠은 사춘기 동안 유방 발달, 체지방 분포, 골반 확대 등의 여성 신체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여성의 몸(vagina)과 마음(libido)이 즐겁게 성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유방암을 일으킨다던데..


1970-80년대 생리가 끝난 중년 여성들에게 에스트로겐 보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완경과 함께 위에 언급한 모든 좋은 효과가 갑자기 'Stop'하고 괴로운 갱년기가 시작되는데, 간단한 알약 한알로 이를 되돌릴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다, 2002년 WHI(Woman's Health Initiative) 연구에서 여성호르몬을 복용한 여성들에서 유방암 발생이 높아진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충격이었죠.

이후 '역시 자연스럽게 늙어가야지, 인위적으로 젊음을 늦추는 것은 위험해'라는 생각이 확산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WHI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들을 세분화해서 분석한 이후 연구들은 에스트로젠이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사실을 밝혀 내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이 복용한 호르몬제를 성분별로 나누어 분석해 본 것이지요. 에스트로젠은 자궁내막을 증식시키는 부작용이 있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프로제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을 섞어서 판매했는데, 유방암이 증가한 것은 바로 프로제스테론 때문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자궁근종 등 여러 이유로 자궁을 적출한 여성들은 에스트로겐 단독 제제를 복용했는데, 이 분들은 유방암이 오히려 발생하는 경향이 나타났어요. 결국 에스트로젠은 무죄였던 셈이고 진범(프로제스테론)을 뒤늦게 찾은 셈이지요. 


자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지궁적출술을 한 여성은 에스트로겐 단독 제제를 복용하면 문제없고요.

문제는 자궁이 있는 대부분의 여성들인데요. 이분들은 에스트로젠과 프로제스테론 복합제를 매년 유방암 검진을 받으면서 5년 이내로 복용하라는 지침이 나온 거예요.

여전히 불안하지요.


연구자들은 Tibolone(리비알)이라는 성분에 주목했어요. 이 약은 1988년 처음 등장한 약인데 에스트로젠의 전구물질 같은 성분으로 몸에 흡수-대사 되면 뼈와 자궁에선 에스트로젠처럼 작용하고 다른 장기에선 테스토스테론처럼 작용해 여성의 libido를 높여주는 묘한 약이에요. 다행히 이 약은 장기복용해도 유방암의 위험성을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어요.


보약? 독약? 정리해 볼까요~?!  


안면 홍조, 더웠다 추웠다.. 급격한 체온변화, 식은땀, 골다공증, 피부노화, 자궁위축, 불면, 불안, 우울감을 예방하고 인지기능, 성생활, 유방의 탄력도 유지시켜 주는 젊음의 묘약이 준비되어 있어요. 유일한 찜찜함은 유방암이었는데, 이제 궁금증이 좀 풀렸나요?

대한폐경학회 등 권위 있는 학회에서 권고하는 에스트로겐 복용의 최신 견해를 정리해 드릴게요.


먼저 금기부터 체크해 보세요. 자궁내막암, 유방암(본인, 가족력은 무방), 혈전색전증을 앓았거나, 현재 활동성 간담낭질환, 원인 모르는 질출혈이 있는 경우는 에스트로겐 투여의 금기에 해당해요.


위 금기에 해당하지 않으면 자궁이 있는 경우 Tibolone 제형을, 자궁이 없는 경우 에스트로겐 단독제제를 처방 받아 드시면 돼요.


대략 국내 여성의 완경 평균 연령이 51세 정도예요. 만일 당신이 그 이전에 생리가 멈추었다면 그만큼 노화가 빨리 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최소 51세까지는 무조건 복용하셔야 급속한 노화를 예방할 수 있어요.  


복용은 완경 후 가능하면 빨리 시작하는 게 효과와 안전성 모두에서 유리합니다. 최소 완경 후 10년 이전, 가능하면 60세 이전에 시작할 것을 권장하고요. 유방암 논란이 남아 있던 시절에는 5년 정도 복용을 권했는데, 지금은 10년 이상 사용도 무방합니다. 다만 65세가 넘어가면 혈전색전증이 증가하므로 패치형으로 바꾸든지 중단을 고려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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