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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 정 Oct 03. 2024

예스터데이

'비틀즈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었던 대니 보일의 오마쥬



비틀즈의 그 '예스터데이' 맞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대니 보일이 메가폰을 잡았다.

(+) 앞뒤옆모습이 모두 매력덩어리인 릴리 제임스가 여주인공 엘리로 나온다.  

기대는 충분하지 않은가?   



음악 영화, 로맨스 영화, 판타지 영화, Sci-Fi 영화???

어디에도 딱 맞지 않아 살짝 불편하다.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본격 음악 영화로 보기엔 공연 레파토리가 2% 부족하다.  


로맨스 영화라기엔 무명시절 매니저이자 유일한 팬인 릴리와의 갈등과 이어지는 해피엔딩이 다소 싱거운 느낌.


아~ 12초간의 지구적 정전 이후, 비틀즈는 사라졌고 존 레논이 살아났으니, '평행우주론'다룬 Sci-Fi 영화였나....?   감독은 대부분 사람들이 그닥 불편해하지 않을 것 같은 비틀즈, 코크, 해리 포터가 사라진 세상으로 거창한 평행우주론을 설명하고 싶었을까 싶다.   


딱히 어울리는 옷을 찾을 수 없는 옷장 같다.   

 

대니 보일의 제작 의도를 애써 추측하려는 생각을 다잡고, 그냥 '즐기기'로 했다.   


Yesterday

Let It Be

Hey Jude

Here Comes the Sun

I Want to Hold Your Hand

She Loves You

Something

A Hard Day's Night

Help!

In My Life

The Long and Winding Road

All You Need Is Love


대부분 신나고 가끔 울컥한, '익숙한' 멜로디와 리듬에 어깨가 시종 들썩였으니까.


비틀즈가 사라진 지구적 정전이 일어나는 순간 버스에 치인 무명의 싱어송라이터, 말릭 역을 맡은 히메시 파텔은 비틀즈의 명곡들을 멋지게 소화해 냈다.  



전지구적 정전 이후 거창하게 펼쳐진 평행 우주에서 고작 바뀐 것이 비틀즈와 그의 노래들이라고?


이것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대와 나에게 대니 보일은 한 방 먹이고 싶었던 것 같다.

감히 비틀즈 없는 세상을 상상하다니!


결국 이 영화는 음악+로맨스+판타지를 버무려 비틀즈에게 보내는 대니 보일의 오마쥬이자, 인류의 지혜와 문명에 대한 송가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두 개의 대사가 있다.


 "You were the best part of my life. But you were just too blind to see it. You’ve put me on the shelf labeled ‘best friend,’ and left me there for a decade."

"넌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었어. 하지만 넌 그걸 알아보지 못했어. 넌 나를 '최고의 친구'라는 선반에 올려놓고 10년 동안 거기에 머물게 했어."


어린 시절 잭의 팬이 된 이후 매니저를 자처하던 엘리가 자신을 잭이 인생에서 친구로만 분류하고 연인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하소연하는 장면이다.


서로를 다른 칸에 분류한 채 마주 한 두 사람, 가슴이 아리다.




"Tell the girl you love that you love her, and tell the truth to everyone whenever you can."

"사랑하는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가능한 한 언제나 모든 사람에게 진실을 말하세요."


(죽어 본 적 없는) 존 레논이 잭에게 따뜻한 허그와 함께 전한 조언이다.

평행우주 속 뒤죽박죽 세상을 구원할 두 개의 단어, 바로 "Love & T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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