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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 Oct 24. 2023

10. 내 안에 '여자'

여자는 안 남아있을 줄 알았지만

이혼선배가 혼자 살고 2-3년 즈음이 지나면서 그렇게 외롭다고, 누군가 간절히 만나고 싶다더니 그즈음에 만난 분과 두 번째 결혼을 했다. 이전의 결혼생활은 15년, 아이는 없었던 선배는 골드미스들이 찾는 완벽한 스펙을 가진 사람이었다. 능력이 있다면 이혼했어도 괜찮으나 아이는 없는 돌싱. 결혼 경험이 없는 골드미스와 두 번째 결혼을 한다는 그 선배가 그때는 이해가 안 되었다. 

'또 하고 싶어요? 결혼이??'

누가 만나라고, 연애하라고, 결혼하라고 압박을 준 것도 아니고 모두 다 나 스스로의 의지와 결정으로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은 후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숨이 막힐 정도가 된 이 관계가 사랑이라는 거라면, 결국 이렇게 끝나는 것이라면 나는 다시는 하지 않겠다 싶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빼어난 외모의 아이돌에 대리만족하는 사람도 실제로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가상의 인물에는 매료되지 않는 지나친 현실성, 다들 어디서 그렇게들 새 인연을 만나는지 신기하기만 한 누군가의 새로운 연애소식 드물게는 두 번째 결혼소식. 씁쓸하고 회의감이 들었다.


그러나 선배가 했던 말이 절절이 이해가 되던 해가 혼삶을 시작한 지 딱 2-3년 즈음 지난 그때였다. 결혼이 다시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느낌을, 이 절절한 고독을 말하는 것이었구나 알겠다 싶었다. 선배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은 누구나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존재라 사랑에 대한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말이 맞다 싶었다.


그런데 사랑은 새롭게 또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 듯하다. 두 번째의 사랑을 찾는 사람도 사실은 더듬어 보면 비슷한 사랑을 또 한다. 나의 성향도, 그런 성향에 비슷한 남자도 비슷하다. 실제 연애라는 것을 해 보면 이전 결혼생활과 비슷했던 남자를 만나 비슷한 모습을 따라가고 있다. 순간, 나는 이 관계에서 무엇을 기대했던가 싶은 생각이 든다. 어떤 이는 남편/와이프를 대체할 누군가를 얼른 다시 만나 다시 가정이라는 것을 꾸려가는 것을 꿈꿀 것이고, 이혼으로 반토막이 된 모든 상황을 만회하려고 애쓸 수도 있다. 그럼 나는 뭘 원하는 거지? 나는 결혼을 또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또 누군가와 함께 해서 만회해야 할 만한 대단한 아쉬움도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 점. 아쉬움이 없다는 것. 그 점이 누군가를 만나기 어려운 포인트가 된다. 내 위치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부질없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제 너무나 현실적인 40대 중반. 상대가 나를 보는 데에도 각이 나오겠지만 내 눈도 정확한 각을 주기에 사랑에 다시 빠지기에는 너무나 현실적인 눈을 가지게 되는 것이. 당분간 나는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아, 엄마로서의 정체성으로 살아가겠구나 싶은 현실적인 답이 돌아온다.


사랑은 꿈꾼다.

근데 그게 과연 있을까?

어디에 있을까?

궁금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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