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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 Mar 10. 2024

17. 이혼 후 연애

누군가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

'다시 싱글'시리즈로 17번째 에피소드이다. 아마 앞서 썼던 16편이 '이혼 후 살아가기 101'이라고 했다면 이번 에피소드는 101은 확실히 넘는 주제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 싱글의 아이덴티티를 살아오고 있는 사람이라면 가장 포기하고 싶지 않은 주제가 아닐까?


다시 싱글이 되고 누군가의 부모, 일을 하고 있다면 일하는 사람 누구 이외에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를 희망하게 되는 때가 온다. 이런 생각은 새로운 삶과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빨리 오는 이도 있고 (이제 묶인 몸이 아니니 냉큼, Right Now!!!  누군가 만나야겠다는 생각부터 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쉽게??) 이혼 후 1-2년은 정신없이 해야 하는 일들만을 하다 하루가 끝나, 아이가 잠든 (또는 아이가 상대 전 배우자와 시간을 보내는 날) 혼자 남겨진 피로 하지만 매우 고독한 시간에 찾아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때는 모르는 것이 있다. 내가 과연 '연애를 할 상태인가? 상황인가?. 특히 아이를 직접 양육하고 (아이가 많고 어릴수록), 하는 일이 바쁜 경우, 부모님이나 시터의 도움 없이 온전히 일과 양육을 하고 있는 경우 엄두를 내기 어렵기도 하다. 엄두를 낸다고 해도 고도의 시간과 마음자원 매니지가 필요한데 사실 이혼하고 첫 스테이지인 1-2년 이내에 이런 노하우를 알고 있을 리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나와 맞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을뿐더러 가장 모르겠는 것은 노하우를 어찌어찌 습득하고, 어찌어찌 운 좋게 내가 마음이 설렐만한 사람을 만났더라도 실제로 상상하는 것과 해보는 것에는 엄청난 갭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다시 싱글이 되고 나서 하는 첫 연애가 가장 위험(?)하다.


우리가 이전에 했던 연애는 불륜이 아닌 이상 결혼 전에 했던 것이 다. 그건 20-30대 시절에나 가능했던 것. 다시 싱글이 되어서 해보는 연애는 일단 마음만으로 되지 않는다. (사실 '마음'이 설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마음도 설레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던 마음이 설레었다면 일단 그 결과가 어찌 되었던 축하 한다. 적어도 남자로서 여자로서 아직 심장이 뛰고, 살아있다는 뜻 아닌가?) 특히 아이(들)를 양육하는 경우, 아이(들)가 아직 손이 많이 가는 어린 경우는 그 설레는 마음보다는 하루하루 해야 하는 일의 압박이 더 클 것이고, 상대도 같은 상황이라면 이건 고난도 중 고난도. 어쩌다 같이 있는 시간을 만들었는데, 서로의 전화기가 교대로 울리며 "엄마!" "아빠'를 번갈아 찾아 되면 그 둘은 바로 현타 직격탄으로 맞는다. '아...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가? 아이(들)에게는 내가 하나뿐인 엄마이자 아빠인데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인가?' 그리고 그제야 자각한다 이제 누군가 만나고 싶다는 자신의 생각이 너무 섣불렀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 싱글'이 되어하는 연애의 목적은 사실 이전과 다르다. 누군가의 온기, 사랑하는 마음에 대한 그리움과 열망은 인간이기 때문에 포기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20-30대에 했던 연애의 목적과 확연히 다른 다시 싱글의 연애는 둘의 연애관이 맞아야 하는데 사실 이 둘은 각각 내가 연애를 하고픈 이유 자체를 정의해보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해봤다 하더라도 이제는 모든 것을 너무나도 많이 아는 나이. 누군가는 하룻밤의 위로를 원할 수도 있는 것이고, 누군가는 다시 배우자라는 존재를 만들고 싶어 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서로를 응원하는 좋은 인생의 동반자 (그러나 굳이 결혼할 필요 없는)를 만들고 싶을 수도 있다. 처음부터 이 생각을 다 하고 누군가를 찾는 이는 드물다. 감정 그리고 관계라는 것은 비즈니스도 아니고 이론으로 정립된 과학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마음이 동할 때 행해보고, 깨달음을 얻고, 안타깝지만 서로 맞지 않거나( 잘 맞더라도 '타이밍'이 안 맞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할 때는 정중히 매너를 갖춰 방향을 제시하고 결론을 내면 되는 것이다.


아이가 없는 두 다시 싱글들의 만남은 어떨까? 사실.. 아이 없는 '다시 싱글'은 그냥 '싱글'과 같다. 그리고 이들은 '다시 싱글'의 세그멘트를 만나지 않고 20-30대 연애패턴으로 돌아가 그 시절의 연애를 하게 된다. 그러니 여기서는 이야기 하지 말자.


그러면 한쪽은 아이가 없는 싱글(이전에 결혼/이혼의 경험이 없을 수도 있음), 다른 한쪽만 아이가 있는 다시 싱글의 만남은 좀 낫나? 글쎄.. 이것도 무조건 적으로 낫다고 할 수가 없다. 아이가 있고 없음이 얼마나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부모인 사람들은 안다. 이렇게 만나려면 중요한 날들에 대한 상대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 중요한 날들 (크리스마스, 어린이날, 설/추석연휴)에 연인과 함께 있을 수 없음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근데 그게 어디 쉽나????????? 그리고 더욱 근본적으로 내가 상대에게 우선순위 1이 될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데이트 중에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 그 데이트를 온전히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온전히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인간성을 의심해 봐야 할 듯) 그런 부분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건 정말... 진정으로 여러운 일이 것이다.


사랑.. 연애의 감정.. 인간에게 과연 포기가 될까? 일단 해보고, 깨달음을 얻고, 수정하고, 그렇게 언젠가는 다시 진정한 사랑을 하시기를.. 그것이 내가 내게 그리고 나와 같은 인생을 경험을 한 모든 다시 싱글 분들에게 드리는 염원이다. 결과와 상관없이 무엇이든 해보는 것이 안 해보는 것보다 낫다. 단 매너와 상대와 스스로에 대한 respect을 갖춰서!! 이 글에 영감을 주신 주변의 많은 사랑을 꿈꾸는 분들께 감사드린다. 많은 실패와 낙심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포기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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