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터키
욜루데니즈 이름부터 요상한 이 곳은 페티예(Fethiye)라고 많이들 부르는 곳입니다.
사실 이 곳은 페티예는 아니고 페티예에서 차로 15분 정도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작은 도시입니다.
예쁜 해변과 리조트들 이외에 다른 건 없습니다. 안 그래도 예쁜 해변이 서쪽을 바라보고 있어서 노을을 즐기기 딱 좋은 도시입니다. 반바지에 맥주까지 있으면 딱일 겁니다.
욜루데니즈는 세계 3대 패러글라이딩 명소입니다. 덜컹대는 길을 한참 올라가면 탁트인 해발 2000M 절벽에 내려줄겁니다. 숙소가 아득히 보이고 초승달 모양의 해변이 파란 바다와 함께 보일 겁니다. 여길 뛴다고? 고민하고 있으면 “run!!”하며 뒤에서 소리치는데 안 뛰고 배길 수 없습니다. 지중해를 바라보며 달리다 보면 어느새 발에 닿은 게 없지만 발 밑으로 보이는 초승달 모양의 해변은 왜 이 곳이 세계 3대 패러글라이딩 장소로 꼽히는지 충분히 말해줍니다.어느 나라든 액티비티를 즐기면 그 끝은 항상 사진과 영상을 팔기위한 장사꾼들과 전쟁이죠. 때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자기가 찍은 손님 중에 제일 사진이 잘 나왔다며 유혹해도 전 절대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제 사진이 없어서 구글링을 했는데 완전 맘에 드는 사진은 못 찾았지만 이 정도면 제 말을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이 곳은 사진보다 아름답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중해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가 한 가지 있습니다. 파일럿이 어찌나 다양한 자세를 요구하는지 거의 5초에 한 번씩을 새로운 포즈를 요구합니다. 쭈뼛대고 있으면 몇 가지 자세를 알려주는데 저 누나분이 하고 있는 자세는 "보스 자세"입니다. 저도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네요.
패러글라이딩으로 유명한 도시지만 사실 진짜 이 도시의 매력은 바다에 있습니다.
해법 큰 해적선을 타고 아침부터 선셋까지 하루 종일 배만타는 보트 투어가 있습니다. 돈 냈다고 맘 편히 해적선을 탈 수는 없습니다. 파도에 사다리가 붕~ 떠있다가 내려오는 순간 선장님 손을 잡고 사다리에 올라야 배에 탈 수 있습니다. 타이밍 잘 못 맞추면 그대로 입수입니다. 간신히 타고나면 또 배가 슝~ 하고 떠올라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긴장하고 있어야 합니다.
저는 다른 투어랑 같이해서 보트 투어를 5달러에 예약했습니다. 처음에는 사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뭐 얼마 안 되는 돈이니 속는 셈 치고 예약을 했습니다. 물론 점심 포함입니다. 제 여행을 모두 통틀어 가장 가성비가 좋은 투어였던 것 같습니다. 결과는 성공이었죠!!
긴 여행에서는 쉬는 날과 빡시게 여행하는 날 사이에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도시에 도착하기 전에는 내가 그 도시에 머물고 싶을지 내 예산으로 오랜 시간 머물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전 이렇게 푹 쉴 수 있는 도시를 만나면 고민 없이 숙소를 연장하고 예약한 교통편이 있으면 취소를 합니다. 대게 쉬는 도시들은 할 게 없는 도시인 경우가 많습니다. 할 게 없지만 여유가 있습니다. 와이파이 빵빵한 카페를 찾아 다음 여행지도 찾아보고 사진도 정리합니다. 회사를 다니는 이제는 그런 여행을 할 수 없겠죠. 당분간만요.
욜루데니즈는 정말 파란 도시입니다. 모로코의 쉐프샤우엔처럼 인도의 조드뿌르처럼 도시 전체가 파랗지는 않지만 파란 도시로 기억됩니다. 터키가 그렇게 파란 느낌을 주는 나라는 아닌데 이 곳은 파랗고 청량한 느낌을 주는 도시였습니다.
그렇게 붐비지 않는 게 더 청량한 느낌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 없고 건물이 없고 공간이 비어있어서 주는 청량함이 욜루데니즈의 매력입니다. 바닷가 항상 보이던 곳에서 산 적이 있는데 그때 같이 살던 사람이 한 말이 바다를 볼 때마다 생각이 납니다. "도시에 있을 땐 별거 아닌 걸로 그렇게 싸웠는데 이렇게 고개만 들면 시야가 탁 트이니까 내 마음도 여유로워지는 것 같아"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이 마음도 여유롭게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집을 구할 때 고려하는 1순위이기도 합니다.
"공간의 여유"
정말 파란 터키를 보고 싶다면 욜루데니즈로 가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