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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jaewon Mar 13. 2019

여행에서 대가 없는 호의를 받아도 될까요?

아직은 그래도 되나 봅니다



처음 보는 사이에 대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가 있을 수 있을까요?

때론 그럴 수도 있나 봅니다.




이스탄불에서 만난 핫싼이 제게는 그랬습니다. 그는 사리골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의 선생님인데요. 학생들과 함께 수학여행을 온 핫싼은 그곳에서 여행 온 저를 만났고 "형제의 나라"라는 터키와 한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형제의 나라는 도움을 받은 한국에서만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터키인 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니 참 낯설면서 반가웠습니다.




Pamukkale, Denizli




짧았던 몇 번의 마주침이었지만 그는 파묵칼레에 들릴 때 꼭 연락하라며 연락처를 알려주었습니다. 으레 하는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고 저 역시 "연락할게!" 하고 흔한 여행객의 인사로 답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잠깐이 그에게는 째법 특별했나 봅니다. 제가 파묵칼레가 있는 데니즐리로 향하기 전날 페이스북 메시지로 연락이 왔습니다.


몇 시 버스로 도착해?


참 낯설었습니다. 답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터미널이 하나인 도시라 답을 하면 찾아올 것 같기도 하고,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데 낯선 곳에서 약점만 잡히는 건 아닌지 온갖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파묵칼레로 향하는 버스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가볍게 떠난 여행, 가볍게 생각하기로 하고 답장을 했습니다.




세상 따뜻한 아버지





혼자 올 줄 알았던 그는 예쁜 두 딸과 조카 한 명 그리고 부인과 함께 저를 맞이해주었습니다. 마치 오래 기다렸던 친척을 만난 듯이 온 가족이 저를 환영해주었습니다. 온 가족이 저와 이스탄불에서 만났던 것처럼 이요. 이 동네는 파묵칼레 말고도 볼 것이 만다며 오늘 자기만 믿고 따라오라는 핫싼의 차를 타고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아프로디테가 목욕했다는 연못도 가고, 현지인들이 가는 유원지도 가고, 케이블 카도 타고 그 작은 동네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습니다.





하얀 파묵칼레





미안하게도 이틀을 여행하는 동안 저는 돈 한 푼 쓰지 않았습니다. 자잘한 입장료부터 식비까지 모두 핫싼이 지불했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여행자였던 저는 그 호의를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돌아보면 부끄럽지만 그땐 그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왜 핫싼이 저에게 그런 호의를 베풀었는지 아직 알지 못합니다. 그에게 물어보면 알려주겠죠. 하지만 묻지 않았습니다.




고맙고 고마운 친구





핫싼이 무엇을 바라고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질문 자체가 실례가 될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핫싼과 저는 서로의 근황을 전하곤 합니다. 핫싼은 사랑스럽게 자란 딸들을 자랑하고 전 터키가 너무 그립다고 사리골에서 함께한 이틀이 너무 그립다고 서로의 맘을 전합니다. 마치 보지 못하는 연인처럼 째법 애틋하게 안부를 묻곤 합니다.





이곳은 맨발로 느껴줘야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




여행을 하다 보면 여행객이라는 이유만으로 따뜻한 도움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자신의 나라를 찾아준 고마운 마음일지 당황한 표정으로 서있는 제가 안쓰러워였는지 알 순 없습니다. 다만 제가 서울에서 여행객들을 봤을 때 도와주고 싶은 맘은 있지만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들도 용기를 내 저에게 다가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프로디테가 목욕했다던 샘물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핫싼이 가끔 인스타로 보내주는 딸들의 영상편지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표정에서 다 드러나거든요. 낯선 외국인과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는 것이 참 불편했을 텐데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 제가 남아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입니다. 특히 막내딸이 저를 보고 싶어 한다니 뭔가 뿌듯합니다.




누군가에게 받은 도움을 돌려주지 못하면 마음이 참 불편합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집니다.




저는 이 두 문장에 굉장히 취약한데 핫싼과는 예외인 것 같습니다.




학교 선생님들 모두 집합



제가 왔다고 온 학생이 창문에 매달리고 교장 선생님과 국회의원 포즈로 사진도 찍었습니다. 누군가는 "촌"사람들이라 외국인이 신기해서 그렇다고 말하겠죠. 그럼요 그랬을 겁니다.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인 수치가 작은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만나는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이 그런 나라들을 계속 찾게 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핫싼과 저를 여전히 이어주는 것이 그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görüşürüz Has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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