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쉽게 가능했나요?
이 어색한 투샷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종교에 대해 잘 모르지만 우리 역사 속에서 종교로 인한 수많은 전쟁이 있었고,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누가 옳고 그르다는 평가는 제가 할 수 없지만 아야 소피아에서 바라본 이 광경은 낯설면서 부러웠습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인도의 타지마할, 중국의 만리장성, 요르단의 페트라, 이탈리아의 판테온 등 인류가 자랑하는 위대한 건축물들은 권력과 자본 그리고 종교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과 충성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것들이 사람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조건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대의 건축물도 대부분 세 가지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현대의 기술로도 만들지 못하는 위대한 건축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도 그 결과물입니다. 아야 소피아는 6세기 중반 성당으로 지어진 건물입니다. 바티칸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이 지어지기 전까지 가장 큰 성당이었다고 합니다. 15세기 오스만 제국에 점령당하기 전까지 10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성당으로 사용되었고요.
15세기 술탄 아흐멧 2세가 이끄는 오스만 제국에 의해 동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 모스크로 그 용도가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새겨져 있던 성당의 흔적들은 석회로 덫씌워졌다고 합니다. 현재는 석회를 걷어내고 두 종교의 상징이 한 장소에 머무는 묘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슬람 건축을 좋아합니다. 이슬람 건축에서는 물과 빛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웅장하지는 않지만 그 속에서 부드러운 힘이 느껴지는 것이 제가 개인적으로 느낀 이슬람 건축의 매력입니다. 가장 유명한 건축물로는 이제는 모두들 아실 "알람브라 궁전"이 있습니다. 하루에 5000명만 받으니 그라나다에 방문하실 계획이 있으시면 꼭 인터넷 예매를 하시길 바랍니다. 물론 아야 소피아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긴 시간 모스크로 사용되어 이슬람 건축의 흔적이 많이 묻어있고 성당 내부에서 그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전 이슬람의 "아라베스크" 문양을 좋아합니다. 인간과 동물 문양을 금지한 종교적 특성으로 발달한 이 기하학적인 문양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묘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아야 소피아는 초기 용도가 성당이어서 그런지 아라베스크 문양들이 감히 2% 부족한 느낌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아라베스크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공간 속에 녹아있을 때 더 아름답거든요. 쉽게 눈치채지 못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스페인 남부의 타일, 그릇들이 대부분 아라베스크 문양입니다. 스페인 남부 역시 오랜 시간 이슬람 문화권에 속해있었거든요.
햇살 좋은 날 그 공간 속에서 아라베스크를 바라보면 숨 막힐 듯 아름답다는 표현으로 밖에 설명이 안 되는 감정이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제가 이슬람 문화권을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많이 엇나갔습니다. 현재 아야 소피아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고 자유롭게 건물 내부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아쉽게도 내부 수리 중이라 온전한 아야 소피아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종교 건축물답게 압도당하는 듯한 느낌과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현재 모스크로 사용되고 있는 건너편에에 있는 블루 모스크와는 다른 무거움을 주는 공간입니다. 제가 담아내지 못해 구글에서 아야 소피아 사진을 한 장 가지고 왔습니다.
단지 눈에 보이는 것만 아름답다고 말하기에는 이야기가 많은 곳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이 건물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그리고 현재가 더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