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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거나 미치거나 Feb 27. 2021

초심자의 장벽을 통과하는 나만의 방법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새로운 분야의 진입 과정에서는 누구나 '장벽'을 마주한다.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낯선 터널로 들어서는 기분. 망망대해 같은 우주공간을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하고 싶은 것은 저 멀리서 반짝거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미미하다고 느껴질 때. 뭘 해도 어설프고 결과물이 마음에 들게 짠하고 나와 주지 않는 그런 때.


 ‘뭘 해도 귀여운 지점(point)’에 있다. 어떤 것을 새로 배울 때 '뭘 해도 태가 나지 않는 상태'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시기를 나는 이렇게 부른다.이 말에는 크게 세 가지 뜻이 있다. 첫째, '뭘 해도' 귀여우니까 눈치 보지 말고 앞구르기 든 뒤구르기든 뜀뛰기든 맘대로 해보자는 뜻이다. 둘째, 뭘 해도 '귀여우니까' 이 지점에서 괜히 잘 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힘 빼지 말자는 의미도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실수를 하든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아직 내가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그러니까 옆에 누가 있든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하자.



© wflwong, 출처 Unsplash






 '이름 붙이기'는 낯설고 불안한 대상을 친근함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처음 만난 사이라도 고향, 학교, 하다못해 건너 건너 친구라도 아는 이름이 하나 나오면 경계심이 훨씬 누그러지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들은 낯선 것을 접했을 때 내가 아는 것과 비슷한지를 우선 살핀다. 그것으로 가늠자를 삼는 것이다. 인간의 생존본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이름을 붙이면 낯선 대상에도 친한 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국적인 음식을 먹을 때, 내가 먹어본 음식이랑 비슷해 보이면 보다 쉽게 손이 가는 것처럼. 또 하나의 장점은 적당히 시행착오를 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나만의 안전지대를 만드는 것과 같다. 별것 아닌 말 같지만 마음이 좀 더 여유롭게 만들어준다. 잘 하려는 생각 자체를 내려놓으면 잘 하고 있는지 눈치를 살필 필요도 없다.


© thwhoai, 출처 Unsplash









 처음 아나운싱을 배우러 갔던 게 스물 두 살. 무려 십여 년 전이다. 녹음한 내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아이 같은 말투에 혀 짧은 목소리가 너무나 낯설었다. 또 카메라에 비친 모습은 고개가 살짝 기울어져있고 어깨도 비대칭이었다. 만약 그때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건넬 줄 알았더라면 좀 더 나는 ‘귀여운 시절’을 마음껏 누리면서 그 시간을 보냈을 텐데. 그때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넘어온 산이기는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움으로 기억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30대에 가까워 한국무용을 덜컥 배워보겠다고 했지만 나는 사실 몸치다. 음악도 몸쓰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 어린 시절의 나를 아는 친구들에게는 놀랄 일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무용은 나에게 가장 길게 지속하고 있는 취미활동이 되었다. 말하기와 춤을 배우는 것은 전혀 다른 분야이지만 둘 다 '뭘 해도 귀여운 지점'이 존재한다. 



© DarkmoonArt_de, 출처 Pixabay





 인생을 오래 산 어르신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하신다. '그놈이 그놈'이라고.  '뭘 해도 귀여운 지점'과 비슷한 맥락으로 쓸 수 있는 말이다. 새로운 시도나 기회를 차단하는 부정적인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보면 또 유용한 구석이 있다. 


 앞으로도 우리는 많은 것을 새롭게 접하고, 막막해하고, 그러다가 방법을 알아갈 것이다. 낯선 곳에서 막막한 마음과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떠오른다면 차라리 먼저 손을 들어 친한 척해보자. 그리고 이름을 붙여보자. 내가 서있는 곳은 벽이 아니라 그냥 폴짝. 귀여운 뜀뛰기가 필요한 포인트일 뿐이다.


© bantersnaps,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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