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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창희 Aug 07. 2024

무신론자가 캐나다에서 신학석사한 썰

작가아빠의 캐나다 이민 이야기 4

무신론자가 목사가 되려는 이들, 또는 그에 상응하는 신앙심을 가진이들과 신학 수업을 수강하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보통의 무신론자에게는 일어날 수 조차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 학교에서는 내가 최초는 아닐 것이다. 

이민을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겪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다니…


학기 시작 전 준비해야 할 도서목록을 받아 교보문고에 해외배송을 주문했다.  

코로나 이전이라 지금처럼 배송료가 비싸지 않았지만 양이 많아 매 학기 적잖은 비용이 들었다.  

배송된 책들을 훑어보고 있자니 현타가 왔다.  

말 그대로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인 상황인 것이다. 

“내가 어찌 캐나다에서 신학도서들을 보고 있을까”


물론 필요한 만큼만 읽었다.
소장한 책만 이 정도이고 과제에는 수많은 논문들이 필요하다. 논문은 pdf파일로 수백 편 정도가 있으며 과목당 최소 3~5편 정도의 논문이 필요하다. 

과연 내가 이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석사학위를 갖게 될까?

사실 무신론자로서 신학석사를 갖는다는 것은 아주 멋진 일이 아닐까?

무사히 학위를 취득하고서도 무신론자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 

특히 이민 사회에서는 한인 교회의 역할이 아주 강력한데 과연 내가 그 난관(내게는)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이것도 체류비용에 포함되어야 한다.

학생비자로 이 나라에 체류 중이니 뭘 하든 공부는 해야 하고 학점도 이수해야 한다.  

학기당 9학점을 채우지 못하면 비자 연장에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시(city)에 따라서는 교육청에 성적표를 제출해야 아이들이 공교육을 받는데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학생비자로 들어와서 학교는 안 나가고 돈 벌기에 바쁜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3년의 비자를 받고 들어왔지만 영주권 취득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두 번 정도 연장을 해야 했다. 

말이 연장이지 신분이 결정돼야 그에 상응하는 비자가 나오기 때문에 이런저런 과정에 비용도 만만찮게 소요된다. 


이 비자라는 것이 영주권을 향한 아주 강한 열망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비자기간 만료가 다가올수록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자가 있어야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수 있고 정부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제때에 업데이트가 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엔 장기간의 비자가 나오지도 않고 학생비자나 취업비자가 끝나도 영주권을 취득하기 아주 어렵게 정부정책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 

캐나다정부가 이민정책이 실패했음을 자인하고 그에 대한 정책들이 수시로 바뀌고 업데이트가 되고 있기 때문에 갈수록 이민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결국 내가 이 무리의 사람들과 동떨어진 의식체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공간에 있는 이유는 오로지 비자 때문이다. 

나에게는 한없이 공허한 대화들이 날아다니는 강의실에 앉아 최소한 강의의 맥락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열심히 듣고 있는 나의 목적은 단 하나, 비자 때문이었다. 








캐나다 이민 6년 차 시각예술가 권창희입니다.

개인 작업을 하며 입시미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작품 이야기와  아직도 낯선 나라 캐나다에서 먹고사는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chenny_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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