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주식 책은 없었다.
운전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팟캐스트, 라디오를 자주 듣는 편이다. 팟캐스트 즐겨찾기에 추가되어 있던 프로그램 중 하나가 '김용민 브리핑'이었는데 정치 얘기뿐만 아니라 문학, 경제 등 여러 분야의 흥미로운 얘기거리가 풍부해서 즐겨 들었다. 그중에서도 이완배 기자의 [경제의 속살]과 정선태 교수의 [오늘을 읽는 책] 코너를 특히나 좋아했었다.
며칠 전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던 중 <나의 첫 주식 공부_이완배>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마치 아는 지인이 책을 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근래 내가 투자하고 있는 주식이 형편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었던 터라 주식 책은 관심도 없었는데 저자가 바로 '이완배'아닌가. 책의 발행일도 21년 올해 인지라 바로 읽기 시작했다. 주식에 투자를 하면서 국내, 해외 주식 관련 서적 몇 권 구매한 전력이 있는 나였지만 대부분의 투자 관련 서적이 그렇듯 무미건조하고 어려운 단어로 도배되어 있던 터라 끝까지 읽지 못하고 책장을 덮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 책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제까지 이런 주식 기본서가 있었던가. 그리고 재미있기까지 하다. 이완배 기자는 팟캐스트에서도 어려운 경제 소식을 쉽게 풀어 설명해줘서 일반인이 듣기에도 부담이 없었던 기억이 있다.
무언가를 잘 아는 사람은 그것을 다른 사람한테 설명하는 데 있어 두서없이 아무렇게나 말하지 않고 핵심만 정확하게 얘기하는 법이고 설명을 하기 위한 비유도 아주 적절하다. 핵심은 얘기하지 않고 빙빙 둘러서 얘기하거나 뜬구름 잡는 소리를 많이 하는 사람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나의 첫 주식 공부>는 내가 이때까지 읽은 주식 관련 책 중에 처음으로 완독 한 책이고 잘난 체하지 않고 독자의 입장에서 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그렇듯 어려운 말을 늘어놓고 잘난 체하는 사람은 실은 속 빈 강정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아도 알게 된다) 주식 관련 기본서라고 너무 기초적인 내용만 있지 않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기반을 잘 닦아두어야 큰 건물을 지어도 흔들리지 않는 법이다. 어떤 주식이 회사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인지 PER과 PBR은 무엇을 의미하고 매매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등 우리는 아주 기초가 되는 내용 조차 물으면 명쾌하게 대답을 못하지 않나. 그리고 책 중간중간에 '알. 쓸. 신. 주' (알아 두면 쓸모 있는 신기한 주식 이야기) 코너가 있는데 아메리카에 처음 발을 들인 콜럼버스가 그곳이 인도인 줄 알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인디언' (즉 '인도 사람')이라고 불렀다는 사실 등 중간중간 “아하”하고 무릎을 치게되는 재밌는 스토리가 넘쳐나 마치 뒷이야기가 궁금한 소설을 읽듯이 맹렬한 속도로 읽어나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투자와 주식에 대해 모든 것을 알게 된다고 할 수 없지만 감히 나는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런 주식 책은 없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