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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쮸댕 Feb 18. 2023

<돌봄과 작업>, 정서경외 10인

너무나 보편적이지만 끝없이 이야기되어야 할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책을 만났다. 임신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마냥 기쁘고 설레던 감정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출산과 육아에 대한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따지고 보면 몰랐다고 할 수도 없었다. 머리로만 알고 있던 그 수많은 경험담들이 이제 내 것이 된다고 생각하니 막막하고 아찔해졌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자신감을 삼켜버렸다. 아니 어쩌면 출산과 육아 앞에서 자신감이라는 게 애초에 있을 수 없는 감정일지도.


이 책은 우리에게 <헤어질 결심>, <작은 아씨들>로 잘 알려진 정서경작가와 함께 열한 명의 저자가 '엄마 됨', '양육'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각자 다양한 환경에서 출산과 육아의 과정을 통과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정말 솔직하게, 용기 있게 풀어낸 것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스스로가 선택한 길 앞에서 무너져버리는 이 모순된 상황이 당신만의 이야기가 아니야, 사실 우리 모두가 다 그래라고 말해준다.


'인류의 역사상 수많은 여자들이 이 일을 해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양육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끊임없이 이야기되어야 한다'는 책 속의 문장을 곱씹는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보편적이고 당연하다고 여겨져 온 양육이라는 일에 보다 더 무게와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는다.


인생 만사가 그렇듯 출산과 육아에도 정답은 없고, 현실 앞에서 수없이 타협하게 될 것을 알지만. 그때마다 그 길을 지난 인류의 무수한 양육자들을 떠올리고,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지. 너무 거창한가. 육아는 거창한 것이 맞다. (이 책을 덮고 내린 결론)


-그 이후로 부모님 앞에서 우는 일은 그만두었지만 혼자 남는 순간에는 계속 울었다. 이제 난 망했다. 짧게 잡아도 20년 정도는 망한 거야. 사람이 이런 식으로 자기 행복을 망칠 수가 있구나. 그때 생각했다. - 정서경


독박육아를 면하기 위해서는 타협만이 살길이었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들을 일부 내려놓아야만 가능했다. 부모에게서 독립하고 싶어서 결혼을 택했으나 그들에게 의존해야만 내가 일을 하러 나갈 수 있었다. 남편의 육아 참여를 '도움'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건 옳지 않지만 그 도움이라도 받아야 했다. 90p


나는 아이에게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주기 위해서 노력한다. 특히 넘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복수하듯 아이에게 사랑을 쏟다가 아이의 삶을 훼손하는 최악의 오류를 저지르지 않으려고 정말로 노력한다. 2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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