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예술, 그리고 경계 너머의 글
미학을 전공한 목정원 작가의 공연예술에 대한 평론이자 에세이가 담긴 산문집. 공연예술은 사실 생소한 분야라 처음 작품 묘사를 읽을 때는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었다. 오페라는 대중적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본적 없는 무대를 글로만 접하기에 상상력이 부족한 나 같은 사람에게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시간과 함께 사라지는 공연예술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 아름다움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주면서 독자들이 느끼는 그 거리감을 좁혀준다
평론이라는 장르에 본인의 이야기를 실으면서 이보다 더 시 같은 문장을 쓸 수가 있을까. 통째로 필사하고 싶을 정도로 글 자체가 예술과 삶을 연결 짓는 하나의 작품 같았다. 징검다리 건너듯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짚어갈수록 아름다움이 더 돋보이는 책이다
'우리는 매 순간 무언가를 바라보고, 이미 본 것과 지금 본 것을 연결하며, 그렇게 펼쳐가는 의식의 지형도로 생을 꾸리고, 자신을 구축한다.'(55p)는 문장을 통해, 우리 삶은 결국 '관객'으로서의 삶의 확장임을 이야기한다.
동시에 리베카 솔닛의 '장르란 선택일 뿐, 그 경계를 뚫을 방법을 찾는 데 10년이 걸렸다'(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中)는 글이 떠올랐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몰랐는데, 이 책이 바로 그것이었다. 평론이면서 에세이이면서 시이자 산문인 것.
나를 이루는 것들은 모두, 한 시절 매우 고유한 방식으로 내 삶에 도래했다가 대개는 흔한 방식으로 멀어진, 구체적으로 아름다웠던 한 사람 한 사람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들이 준 것이 하나의 장르 전체일 수도 있는 것이다. (...) 이사실을 잊고 살기는 쉽지만 특별히 잊히지 않는 몇 경우가 있는법이다. 나는 장 끌로드 아저씨에게 오페라를 빚졌다. 12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