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동굴을 통과하는 이의 기록
나는 글쓰기를 업으로 하지 않지만 작가들이 내면의 무언가를 토해낼 때, 누구보다 뜨겁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은 그들이 통과하는 시간과 장소를 동굴 같다고 묘사한다. ('동굴 안에는 내가 이제껏 알아온 중에서 가장 커다란 만족감이 있다. ', 200p)
그렇게 세상에 나온 작품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고 또다시 새로운 작업에 들어가는 모습은 경이롭다. 그들은 창작자이자 직업인이다. 누구나 글쓰기를 할 수 있지만 계속 쓰는 사람은 드물다. 그들만이 비로소 작가라고 불린다.
이런 마음 때문일까. 소설가들의 글쓰기에 관한 책에 유독 관심이 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김연수 작가의 <지지 않는다는 말>, 그리고 최근에 읽은 마거릿 애트우드의 <글쓰기에 대하여>는 모두 공통적으로 '글쓰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동시에 각자의 삶의 고스란히 드러나는 게 좋았다. 빈 종이 앞에서 괴로움의 시간을 견디며 꾸준히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생존 방식이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은 '대니 샤피로'만의 계속 쓰기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마치 스스로의 일상과 내면을 깊숙이 관찰해서 기록한 듯. 엄격한 유대인 집안에서 어두운 유년기를 보내고 글쓰기가 탈출구가 된 그 고유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럼 어디서 영감을 얻죠? 그들이 묻는다. 저는 날마다 같은 시간에 자리에 앉아 영감의 길목에 저를 내려놔요, 정말 관심이 있어서 묻는 사람에게는 종 종 이렇게 답해준다. 내가 자리에 앉지 않으면, 거기서 작업하고 있지 않으면 영감은 나를 그대로 스쳐 지나갈 것이다. 75p